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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비즈니스맨 레스토랑] 간판 없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을지로 `그랑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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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서울 을지로 골뱅이 골목에서 청계천 방향으로 나가는 길목. 타일·공구 등 각종 건축자재를 판매하는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 오른편에 을지로 맛집 '그랑블루'가 자리 잡고 있다. 간판도 없는 데다 한 지류회사 주차장 왼편 뒤에 숨어 있어 찾기 까다롭다. 주차장이 만차라도 하면 레스토랑을 찾기 위해 블록을 뱅뱅 돌아야 할 듯싶다.

청록색 지류회사 간판을 발견한 뒤 주차장을 가로질러 가게 입구에 다다르자 작은 정원이 반긴다. 20여 개 투박한 화분이 세 면을 둘러싸고 전구들이 천장을 이룬 이곳은 밤이 되면 더욱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다.

정원을 가로질러 왼편 정문을 열면 '도심 속 힐링공간'이라는 콘셉트에 맡게 아늑한 식당 내부가 드러난다. 30평(99㎡) 남짓한 매장은 거친 시멘트와 나무 느낌이 그대로 드러나는 천장과 부드러운 느낌의 노란 조명이 어우러져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매장 한가운데 놓인 난로는 따뜻한 느낌을 더한다.

메뉴는 타파스(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먹는 간단한 음식), 파스타·리소토, 메인요리, 디저트 등으로 구성돼 있다. 타파스는 대부분 1만원인데 스페셜 메뉴에는 2000~3000원이 추가되기도 한다. 파스타·리소토는 1만원대에서 2만원대 후반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며 로스트 치킨, 등심 스테이크 등 메인요리는 3만원대다. 가장 유명한 메뉴는 오징어 먹물 리소토와 비트 리소토다. 까만 밥 위에 문어 다리 두 가닥이 통째로 올라가거나, 붉은 밥 위에 관자 조각을 얹은 독특한 비주얼 덕에 SNS에서 입소문을 많이 타서다.

카르보나라 역시 추천 메뉴 중 하나다. 달걀 노른자, 블랙후추, 페코리노(고급 양젓 치즈)로 소스를 만들어 하얗고 꾸덕꾸덕한 카르보나라와는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매일 들어오는 식재료에 따라 카테고리별로 추가되는 '오늘의 메뉴'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자는 타파스 중 오늘의 메뉴였던 비프 카르파치오(익히지 않은 생소고기를 얇게 썰어 소스를 뿌려 먹는 이탈리아 요리)와 카르보나라를 주문했다. 직원이 비프 카르파치오 접시를 내려놓자마자 주변에 진한 트러플 비네그레트(식초에 허브를 넣어 만든 샐러드용 드레싱) 향이 퍼졌다. 고기에 어린 비타민, 어린 콜라비순, 프리세, 루콜라 등 야채가 곁들여져 있었는데, 알싸하고 쌉싸름한 맛을 내는 싱싱한 야채를 부드러운 식감의 고기가 감싸주는 맛이 일품이었다. 함께 추천받은 2012년산 코디세 레드와인의 담백한 맛과도 잘 어울렸다. 대부분 만원인 타파스 메뉴 중에서는 비싼 축인 1만3000원이었지만 에피타이저였음에도 다 먹은 뒤 다소 포만감이 일 정도로 양도 적절했다.

카르보나라 역시 신선했다. 크림이 들어가 하얗고 점성이 있는 일반적인 소스와 달리 노른자가 주재료여서 그런지 소스 색이 노랬다. 노른자 맛이 분명히 나긴 했으나 비릿하지는 않았다. 상큼한 레몬 맛이 얼핏 느껴지는가 했더니 과일 향이 감도는 고급 양젓 치즈 페코리노 로마노의 맛이라는 설명이 돌아왔다. 양도 1인분 치고 섭섭지 않았는데, 대부분 2만원이 넘어가는 파스타·리소토 메뉴 중 유일하게 만원대(1만6000원)로 저렴해서 그럴 수 있겠다 싶다.

그랑블루를 운영하는 박정주 대표에 따르면 이곳은 기존에 타일 업체 창고로 운영되던 장소를 리모델링해 2017년 11월 오픈했다. 최대 44명을 수용할 수 있고 단체·대관 예약도 받는다.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오전 11시 30분~오후 2시(런치타임), 오후 5~10시(디너타임)로 운영한다. 을지로 주변에 기업과 사업장이 많아 직장인이 주로 많이 찾았는데 최근 을지로가 '힙지로'로 변하며 학생과 가족까지 연령대가 다양해졌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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