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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Citylife 제667호 (19.02.26)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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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아들 이름이었다 『왜 시계태엽 바나나가 아니라 시계태엽 오렌지일까?』

시티라이프

게리 덱스터 지음 / 박중서 옮김 / 현대문학 펴냄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1200년경 덴마크의 학자 삭소 그라마티쿠스가 쓴 데인족의 역사에는 유틀란트의 왕자 암레트(Amleth)의 이야기가 나온다. 동생 펭기가 형을 질투해 죽이고 아내 게루트를 탐해 왕위까지 쟁탈하는 이야기. 암레트는 암살을 모면하려 미친 척하다가 극적으로 복수에 성공한다. 이 이야기는 1570년에 프랑스어로, 1608년에 영어로 번역됐다. 1600년경 쓴 『햄릿』이 삭소의 이야기 불역본을 참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묘한 사실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실제로 ‘햄닛’이라는 아들을 뒀다. 『햄릿』을 쓰기 4년 전 사망한 자신의 아들 이름을 희곡의 제목에 썼다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 될 수 있다.

고전 문학의 제목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영국의 문학 칼럼니스트이자 전방위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게리 덱스터의 책이다. ‘50가지 제목으로 읽는 문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원전 380년경 고대 그리스 고전부터 1990년대 미국 베스트셀러까지, 50편의 책 제목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유쾌한 문학 에세이다. 실존 인물에 근거했다는 설이 제기되는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메리 셸리가 유부남이었던 퍼시 셸리와 도피 여행을 떠났을 때, 프랑켄슈타인 성 근처에 머물렀음을 알려준다. 『고도를 기다리며』 만큼 유명한 희곡도 드물 것이다. ‘고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발자크의 잘 알려지지 않은 희곡인 ‘중개인’의 한 인물 이름인 고도에서 따왔다는 가설도 소개된다. 『중개인』은 193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베케트가 각별히 좋아한 배우 버스터 키튼이 출연했다. 고로 베케트가 이 작품을 만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밖에도 저자는 허먼 멜빌이 왜 제목을 ‘고래’에서 ‘모비 딕’으로 바꿨는지, 조지 오웰이 창조한 ‘1984’라는 숫자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건지, 헤밍웨이가 다시 떠오르길 간절히 바랐던 ‘태양’은 무엇인지 문학사의 오래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해준다.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탄탄한 검증을 바탕으로 했다. 제목의 비밀을 통해 광활한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짧게 쓴 문학사전’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상품 대신 서비스를 파는 시대가 온다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

시티라이프

티엔 추오·게이브 와이저트 지음 / 박선령 옮김 / 부키 펴냄


2015년 4월, 경영대학원(MBA)에 다니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기사가 『포춘』에 실렸다. 지난 100년간 히트 상품을 만들어 파는 비즈니스 모델은 수명이 다했고, 지속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앞으로 이를 대체할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처음으로 ‘구독 경제’라는 말을 사용한 이 기사의 기고자는 티엔 추오였다.

결제·정산 솔루션 기업으로 구독 모델로 운영되는 주오라의 창립자 티엔 추오가 쓴 구독 경제에 관한 최신 현장 보고서가 나왔다. 구독 모델이 소매, 제조, 저널리즘, 미디어, 운송,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산업의 모든 분야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조감하는 책이다. 넷플릭스(영화)와 스포티파이(음악), 버치박스(화장품), 스티치픽스(의류), 프레실리(식사) 등 300개가 넘는 구독 모델을 소개하며 저자는 ‘세상이 제품에서 서비스로 옮겨 가는’ 세상이 도래했다고 진단한다. 동시에 구독 모델로 운영 중인 회사의 매출은 S&P500 기업보다 9배 이상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구독 모델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기업이 어도비다. 2008년 금융위기로 위축된 소비 시장으로 인해 어도비의 매출은 20% 이상 감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3년에 걸쳐 100% 디지털 구독 모델을 도입했고, 이후 연간 2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약 50억 달러의 매출이 내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미디어 산업에서도 뉴욕타임스가 구독 경제의 성공 모델을 제시했다. 약 260만 명의 디지털 구독자를 확보하면 연 10억 달러의 수입을 고정적으로 올리게 된 것이다. 구독 사업의 가장 큰 장점은 예측 가능한 수입이 보장되어 꾸준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티엔 추오는 자신이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어떻게 구독모델을 안착시켰는지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도 구독과 좋아요의 경제학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최근 구독 모델을 분석하는 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이 책이 남다른 이유다. 예측이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구독 모델은 기업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보장하는 궁극의 비즈니스 전략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글 김슬기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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