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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미세먼지의 역습-공기도 마음도 뿌연 날, 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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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질이 그나마 낫다는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우리나라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전 세계를 통틀어 인도와 중국 다음으로 높다는 소식에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런던의 두 배에 이른다니 뭐. 사람에게도 불행한 소식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이야기다. 특히 산책이 사는 낙인 댕댕이들에게는 더더욱.

시티라이프

요즘 나의 소소한 즐거움은 인스타그램에서 랜선 이모로 노는 일이다. 몇몇 댕댕이와 냥이의 일과를 수시로 들여다보는 것인데, 근래 공통적으로 올라오는 사진과 영상이 있다.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방석에 엎드린 댕댕이들, 창밖을 하염없이 내다보다 애처롭게 돌아서는 강아지의 모습이 그것. “오늘도 못 나가. 집에서 놀자”라든가 “X 참은 지 사흘째. 이제 그만 포기하고 집에서 눠ㅜㅜ”

라든가, “우리 애는 스트레스가 폭발했어요”, “오늘 공기 정말 최악이네요!”라는 푸념과 경악, 하소연이 수십 개씩 이어진다.

황사에 미세먼지 그리고 초미세먼지까지, 날로 심각성을 더하는 건강 파괴의 주범이 반려동물에게 한층 더 위협적인 이유가 있다. 분당 호흡 수로 보자면, 사람은 12~18회 가량인데 강아지는 평균 24회에서 많게는 35회까지 이른다. 공기 흡입 양도 더 많다. 사람은 1kg당 5~10㎖의 공기를 흡수하는데 개와 고양이는 10~15㎖를 흡수한다. 야외에서 뛰고 달리며 움직임이 커지면 호흡 수와 양은 더 증가한다. 그뿐인가. 바닥을 킁킁거리며 다니기 때문에 지면에 가라앉은 미세먼지를 마구 흡입하고, 몸이라도 핥을라치면 털 사이사이 달라붙은 미세먼지까지도 꼼꼼히 먹게 되는 셈. 이쯤 되면 미세먼지로 배가 부를 지경이 아닌가. 미세먼지는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그대로 폐에 축적돼 각종 염증과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을 일으키고, 뇌와 심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니 대기 질이 나쁠 때는 안 나가는 게 상책이지만 수리처럼 실외 배변 특화견이라면 산책을 끊을 수도 없는 일이다. 뿌연 날씨에도 산책을 해야 한다면 이런 방법들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먼저 물통을 챙기자. 텁텁하고 매캐한 공기를 마시면 사람도 목이 칼칼한데 강아지는 오죽할까. 산책 전후로 또 산책 중간중간 물을 마시게 하고 코를 적셔 점막이 건조해지지 않게 해야 한다. 점막이 건조하면 각종 세균과 박테리아가 더 잘 달라붙기 때문. 미세먼지가 몸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옷을 입히는 것도 방법이다. 산책은 짧게 하고, 산책 후에는 안구 세정제로 눈을 씻어 주고 털을 깨끗이 닦아 준다. 대기가 정체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저녁 이후로는 산책을 피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미세먼지 예보가 ‘나쁨’ 단계 전에 가능한 이야기다.

실내 공간의 청결 관리도 중요하다. 청소를 자주하고 공기청정기를 가동하거나 공기 정화 식물 등을 두어 실내 공기를 맑게 유지하자. 미세먼지로부터 반려동물을 지켜 준다는 제품도 출시됐다.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반려동물 전용 마스크를 판매하고, 동물병원에서 사용하는 산소방을 대여해 주는 업체도 보인다. 몇 해 전에는 반려동물의 목걸이에 부착하는 휴대형 공기청정기도 특허 출원을 받은 바 있다.

건강 관리에 무감한 편인 데다 ‘제주니까’ 하고 늘쩍지근하게 굴던 나도 요즘은 창밖을 살피며 안테나를 곧추세운다. 수리를 돌보는 책임감 때문이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환경이라면 사람에게야 더 말해 뭐 할까. 수리도, 랜선의 사랑스러운 댕댕이와 냥이도 모두가 걱정 없이 숨 쉬며 활보하는 날, 그 날이 어떻게든 하루빨리 꼭 와야 할 텐데 말이다.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인터파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67호 (19.02.2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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