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5단독 이재은 판사는 최근 예비군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이나 신념에 반하여 군에 입대하게 된 과정, 그 후 다시 양심에 반하는 군사훈련을 거부하게 된 과정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A씨의 예비군 훈련 거부가 그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서는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절박하고 구체적인 양심에 따른 것이며, 그 양심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인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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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훈련에 불참한 것은 사실이나,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판사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A씨는 어린 시절부터 가정폭력으로 인해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됐다. A씨는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라는 점과 이는 전쟁을 통해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A씨는 군 입대 자체를 거부하려 했으나 어머니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2011년 입대했다. 하지만 A씨는 신병 훈련 당시 실제 전쟁이 일어났을 때 과연 적에게 총을 쏠 수 있을까 자문한 뒤 그럴 수 없다고 확신하고, 이는 양심에 반하는 일일 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에게 큰 해가 될 수 있다고 깨달았다. 이후 A씨는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회관관리병으로 자원 근무했다.
A씨는 제대 후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더 이상 양심을 속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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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는 판결 당시 “헌법 제19조에서 보호하는 양심은 옳고 그른 것에 대한 판단을 추구하는 가치적·도덕적 마음가짐을 뜻하고, 이러한 양심은 어떤 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때 그렇게 행동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인격적 존재가치가 파멸되고 말 것이라는 강력하고 진지한 마음의 소리로서 절박하고 구체적인 것이어야 한다”고 판단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그 신념이 사람의 내면 깊이 자리 잡아 그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뜻에서 ‘깊고’ △반드시 고정불변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동적이거나 가변적이지 않은 분명한 실체를 가진 것으로서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에서 ‘확고하며’ △거짓이 없고 상황에 따라 타협적이거나 전략적이지 않다는 뜻에서 ‘진실해야’ 한다 등이다.
adelant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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