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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무병장수 꿈꾸는 백세시대 건강 관리법

건강한 대변 받아 이식한다는 '대변 클리닉'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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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이태호의 잘 먹고 잘살기(27)
중앙일보

많이 먹어 탈 나는 풍요의 시대에 비만이 큰 사회문제가 됐다. 비만이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고 고도 비만인은 마치 의지가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경향도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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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먹어 탈 나는 풍요의 시대에 비만이 큰 사회문제가 됐다. 되지도 않은 온갖 다이어트 방법이 유통되고 그 시장만도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비만이 모든 성인병의 원인이고 고도 비만인은 마치 의지가 부족한, 자기관리도 못 하는, 미련탱이, 모자라는 인간 취급하는 경향도 있다.

그럼 과연 비만이 과식만의 탓일까? 물론 과식이 비만의 주요인이긴 하다. 그러나 유전, 환경요인, 대사계, 내분비계, 식욕 중추 이상 등의 요인이 비만에 크게 관여한다. 부부가 비만이면 태어난 자식의 70% 이상이 비만이 된다는 게 유전설이다. 환경요인 중 지역에 따라 비만도가 달라진다는 것이 있는데, 강남이 최고 슬림, 강원도의 어느 지역이 뚱땡이의 분포가 가장 높다는 통계가 나왔다.

비만이 소득수준에 반비례하고 도농 간에 역전현상이 일어났다는 조사도 있다. 이제는 잘살고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자기관리를 잘한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비만 쥐똥 이식받은 마른 쥐 체중 늘어
그런데 장내 미생물의 종류와 분포가 비만에 일조한다는 것이 밝혀져 세간을 놀라게 했다. 아직 자세한 전모는 연구 중이나 비만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게 됐다. 요지는 어떤 종류의 미생물군이 장 속에 서식하면 영양성분의 분해 흡수가 추가로 일어나 에너지 공급이 과도하게 된다는 설이다. 동물실험에서 비만 쥐의 똥(대장균)을 마른 쥐에 이식했더니 체중이 불어나더라는 주장이다. 일부 인간에게서도 증명됐다.

우리의 장내에는 무수한 미생물이 서식한다. 인체에 이로운 것 해로운 것 영향이 없는 것 등 많은 종류가 살면서 인간의 생리에 직간접으로 관여한다. 실제로 우리 몸에 사는 상주 균이 우리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우리 몸이 만들지 못하는 성분, 비타민 B군의 합성, 각종 분해 효소 생성, 유해균 방어, 음식으로 유입되거나 장내 소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발암성 물질의 중화까지 그 기능은 실로 다양하다. 면역, 아토피, 피부질환, 염증, 대사증후군, 비만, 심지어 뇌 질환에 이르는 질병까지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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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은 음식은 다 소화되지 않는다. 소화 가능한 물질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가 덜 된 채로 대장으로 내려가 일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 미생물의 먹이로 이용된다. [중앙포토]




우리가 먹은 음식이 다 소화되지 않는다. 소화 가능한 물질도 너무 많이 먹으면 소화가 덜 된 채 대장으로 내려가 일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또 소화 불가능한 물질도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그들의 먹이로 이용된다.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분해되어 나오는 영양성분(포도당, 아미노산, 지방산)을 미생물이 채 먹기도 전에 장에서 일부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과거에도 알려져 있었다. 장내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진 영양성분(비타민 포함)이 인간이 필요한 하루 열량의 20~30% 정도 된다고 했다. 물론 개인차는 있다.

대장으로 내려간 음식물은 이제는 음식이 아니라 대변이라는 용어로 바뀐다. 이 내용물 속에는 1g당 수백억~수천억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미생물이 서식한다. 무려 대변의 3분의 1 정도가 미생물이 차지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란다. 전체 미생물을 합치면 1~2kg의 양이 우리 장 속에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 미생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것, 유해한 것, 전혀 무관한 것 등 500여 종류가 서식하면서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들 미생물의 종류는 사람마다 다르며 같은 사람이라도 연령, 건강상태, 먹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데 문제는 장내 미생물의 분포에 따라 소화되지 않은 물질의 분해 정도가 다르다는 데 있다. 즉 분해 능력이 좋은 미생물군이 많을 땐 영양성분의 흡수가 과도하게 일어나 에너지 공급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른바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장내에 어떤 미생물이 있느냐가 비만과 마른 체질로 가른다는 거다.

최근에 밝혀진 사실은 장내 서식 균의 한 군집인 ‘페르미쿠테스’(Fermicutes)와 ‘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의 비율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전자가 많으면 비만, 후지가 많으면 날씬 체질이 된다는 주장이다. 마른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비만한 사람에게 주입하면 비만을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이의 반대현상도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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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심한 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주입하자 완치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위 대변 이식이라는 치료 방법이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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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비만뿐만 아니라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을 심한 장염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주입하자 완치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소위 대변 이식이라는 치료방법이다. 치료가 어려운 장염에 항생제보다 더 좋은 효과를 나타냈다는 보고다.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각국이 이런 미생물 이용한 치료방법의 개발에 경쟁적이다. 한국에도 대변 클리닉이 얼마 전에 생겨났다.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걸러 찌꺼기를 없애고 냉동 보관해 뒀다가 환자에게 주입한다.

유산균 많으면 몸에 좋다?
한편 대장에 서식하는 미생물 중 유일하게도 유산균이 만병통치의 명약인 양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너도나도 유산균이 많다고 하면 무조건 몸에 좋다는 식으로 다투어 먹기를 권장한다. 장내 유해균의 생육을 억제하고 유익균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그 요지다. 다이어트 효과도 선전한다. 그러나 선전만큼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는 주장과 효과를 과대포장 했다는 논문도 많다.

과대 허위선전하다 입건된 쇼닥터도 있다. 최근 시장 규모가 다른 건강식품을 압도하며 연간 2000억 원대로 급성장했다. 세상만사 과유불급이다. 좋다는 것도 과하면 나쁘고 나쁘다는 것도 모자라면 병이 된다.

세간에는 각종 다이어트법이 무수히 많다. 이들 방법은 모두 예외 없이 기형적인 식단이다. 대부분 영양적 밸런스를 깨 신체에 비상사태를 초래함으로써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 살을 빼는 유일한 방법은 하루에 쓰는 열량보다 적은 양을 먹는 것 외에는 없다. 이른바 에너지의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아야 살이 빠진다는 거다. 소식이든 단식이든.

이태호 부산대 명예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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