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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경기둔화 직격탄…중국 기업 수천명씩 정리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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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칭시 일자리 지난해보다 77%↓

디디추싱·보언광학 대규모 감원

삼성전자 빠진 톈진, 투자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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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 정리 해고 계획을 밝힌 가운데, 한 중국 소년이 디디추싱 지점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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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중국에 ‘해고 한파’가 불어닥치고 있다. 중국 충칭(重慶)시에선 근래 들어 최대 폭으로 일자리가 줄었고, 차랑 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비롯한 유명 정보기술(IT) 업체들은 대규모 인력 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실업률이 3.8%에 달한다”고 밝혔다. 한국(4.5%)·미국(4.1%)보다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이 같은 ‘공식 지표’와 달리 무더기 정리해고 등 경제 위기 신호가 중국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홍콩 사우스모닝포스트차이나(SCMP)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중국 국영기업 창안(長安)자동차의 합작사인 창안포드는 지난해 말부터 임시 계약직 노동자를 정리 해고하고 있다. 직원 1만8000명의 이 회사는 ‘충칭 최대 고용주’로 꼽혔지만, 경기가 나빠지자 부득이하게 인력 감축을 결정했다.

이 회사 직원은 “내가 아는 것만 130명 이상의 계약직 노동자가 잘렸다. 남은 직원들도 야근이 없어진 바람에 월급이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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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제조업체가 위치한 중국 충칭시 풍경.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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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엔 충칭 남서쪽의 한 일자리센터가 예정된 커리어 페어를 막판에 취소하기도 했다. 참가 신청을 한 기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센터 관계자는 “직원 고용 여력을 갖춘 기업이 많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런민대에 따르면 충칭을 비롯한 중국 서부 지역의 지난해 4분기 신규 일자리 숫자는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했다. 지난해 충칭 지역의 자동차 생산량과 전자업계 성장률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7.3%, 14% 하락했다. SCMP는 “지난해 중국은 1990년 이래 최저 성장률(6.6%)을 기록했다. 충칭의 대량 실업 사태는 최악의 성장률의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전역의 주요 기업 역시 잇따라 대량 해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난 15일엔 중국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디디추싱이 비용 감축을 이유로 전 직원의 15%(약 2000명)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광둥(廣東)성에 위치한 애플 협력사 보언(伯恩)광학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직원 8000명을 해고했다.

직원 채용 결정이 수차례 번복되는 해프닝도 벌어진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직원 7000명의 중국 최대 의료장비 제조업체 선전 마이루이(邁瑞·Mindray) 생물의료전자는 중국 전역 50개 대학 졸업생 485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건전한 영업 유지”를 이유로 일주일 만에 절반이 넘는 인원(254명)의 채용을 취소했다. 여론이 나빠지자 이 기업은 이들을 다시 받아들이기로 했다.

외국인 투자 감소 역시 대량 실업을 부추긴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중국 톈진(天津)에 위치한 스마트폰 생산 공장(TSTC)을 폐쇄했다. 오르는 인건비 때문이었다. 톈진 지역 내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난해 48억5000만 달러(약 5조4781억원)를 기록, 직전 2개 연도(2016년 101억 달러, 2017년 106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을 느낀 다국적 기업이 중국 공장을 이전할 경우 대량 실업 유발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현대자동차는 중국 현지 공장 근로자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금융 전문매체 차이신이 전했다.

SCMP는 “공장 자동화 역시 중국 제조업계 대규모 실업의 원인”이라며 “산업도시인 광둥성 둥관(東莞)에 지난 5년간 9만1000대의 로봇이 도입되면서 노동자 28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중국 전역의 실업 문제를 마냥 지켜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D) 내부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올해 고용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은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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