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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빛바랜 업황 반등…대우조선해양에 우는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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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조선업황 반등에도 현대重, 2월 7%대 하락…재무부담 우려에 신용등급 하락 위기]

조선업 회복 기대감 속 승승장구했던 현대중공업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대상자로 일찌감치 낙점되면서 대규모 자금 조달 우려 속 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18일 현대중공업은 전일대비 2500원(1.98%) 오른 12만8500원에 마쳤다. 이날은 소폭 상승했지만, 현대중공업 주가는 대우조선해양 인수자로 언급된 후부터 지속 하락했다. 이달 낙폭이 7.22%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 인수전에 불참함에 따라 인수 후보자로 낙점됐다. 최종 인수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와 해외 경쟁국의 기업결합심사가 남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한국이 글로벌 조선업 수주 1위 지위를 탈환하고, 강화된 환경 규제 속 LNG선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지속 상승해왔다. 지난해 7월 연중저점(9만3700원) 대비 올 1월까지 주가가 48% 급등했다.

그러나 2월 돌출된 대우조선 인수 이슈에 발목을 잡혔다. 3년간 이어진 조선업 불황이 끝나려는 시점에 또다시 수조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불확실성에 투자심리가 악화한 탓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조선합작법인(중간지주/존속)과 현대중공업(사업/신설)으로 물적분할한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출자하는 대신, 조선합작법인 신주(RCPS)를 취득한다. 대우조선과 신설 현대중공업은 조선합작법인 자회사가 된다.

신용평가사들은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그룹 재무사정이 악화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특히 그룹 포트폴리오가 조선업에 치우치면서 그룹 전반의 신용등급 전망이 나빠질 것을 우려한다.

이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우조선 인수는 그룹의 조선업 의존도를 높이게 돼 업황에 따라 그룹 실적 가변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당분간 대우조선의 안정적 수익 확보는 불투명한 반면, 현대중공업지주는 유상증자 참여, RCPS(상환전환우선주) 등 재무부담이 확대된다"고 언급했다.

한국기업평가 역시 이번 인수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부담이라고 판단했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당장 투입될 자금은 조선합작법인과 대우조선 유상증자 대금 약 6500억원이지만, 산업은행에 발행하는 RCPS 등도 상환시기만 이연됐을 뿐 부담"이라며 "정유·화학부문 대비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조선부문의 그룹내 비중이 확대되는 것이 통합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가 고평가 논란도 있다. 대우조선의 영구채 보유물량이 2조3000억원 규모에 달해서다.

다만 재무부담 요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충분히 하락한데다, 조선업황이 회복될 경우 1위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상존한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치열했던 조선업계 가격 인하 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며 "LNG선 수주잔고도 3년치가 다 찬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현대중공업이 이번 인수로 2~3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주당순이익(BPS)이 7~12%가량 낮아지겠지만, 최근 주가 하락으로 BPS하락 효과가 대부분 반영됐다"며 "중장기적으로 조선업황이 개선될 것인만큼 큰 폭 하락은 매수기회"라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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