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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중국 외교 사령탑 양제츠 “중국, INF 조약 다국적화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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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INF 조약에 묶인 사이

중국 다양한 사거리 탄도미사일로

동아시아 내 미국의 제공·제해권 위협



한겨레

중국이 파기 수순에 돌입한 미-러 간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양제츠 중국공산당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은 16일 독일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미-러의 의견 불일치로 파기될 운명에 놓인 중거리핵전력조약에 대한 질문을 받고 “파기해선 안 된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가 조약에 복귀하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양 주임은 이어 이 조약에 중국이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중국은 방어적 수요에 따라 핵 능력 개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누구에게도 위협이 되지 않는다. 조약을 (중국을 포함하는) 다국적인 조약으로 만드는데 반대한다”며 다시 한번 분명히 선을 그었다.

현재, 미국은 점점 고도화되는 중국과 러시아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미국은 지난달 공개한 2019년판 ‘세계위협평가’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미국의 전통적 동맹 및 파트너들을 상대로 더 강하게 경쟁하려 하고 있어 안보 위협은 더 확장되고 다변화될 것”이라는 위기 의식을 드러냈다. 미국은 이에 맞서 1980년대 폐기된 ‘스타워즈’를 연상시키는 미사일방어(MD) 계획을 공표하는 한편, 러시아를 견제하고 중국을 중거리핵전력조약의 틀 안에 끌어들이기 위해 ‘조약 파기’라는 초강수를 둔 상태다.

현재 미-러 간 핵 군축 논란의 핵심 쟁점이 되어 있는 중거리핵전력조약이란 1987년 미-소가 사거리 500~5500㎞인 지상 발사형 중·단거리 탄도·순항 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기로 합의한 조약을 뜻한다. 이를 통해 서유럽은 소련의 탄도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형성된 동서 양 진영의 신뢰와 화해 분위기를 기반으로 냉전을 해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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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초 러시아가 이 조약에 저촉되는 SSC-8 순항 미사일을 개발했다며 ‘러시아가 60일 내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생산·실험·배치를 금지한 내용의 조약 위반 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조약에서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러는 두 차례 만나 협상을 이어갔지만 의견이 모아지지 않아, 미국은 지난 2일 러시아에 조약 파기를 통고했다. 이대로 6개월이 지나면 조약은 파기된다.

미국의 우려대로 중국은 미-러가 이 조약에 묶여 있는 사이 다양한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인도-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제공·제해권을 위협하고 있다. 향상된 탄도 미사일 능력을 기반으로 서태평양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을 저지하려는 중국의 전략을 접근금지·영역거부(A2/AD)라 부른다. 중국은 지난 1월엔 이 전략의 핵심으로 불리는 ‘항모 킬러’ 둥펑(DF)-26의 발사 모습을 최초로 공개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이 조약에 참여하면 중국의 대미 안보전략의 근간인 접근금지·영역거부 전략이 뿌리채 흔들린다. 그 때문에 중국 외교부는 중국도 이 조약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 조약의 다각화는 법률상 복잡한 문제와 관련돼 많은 국가가 우려하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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