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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로봇 바리스타, 앱주문~ 음료 제공…‘커피시장 구글’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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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커피’ 지성원 대표 만나보니

IoT 접목된 로봇카페 ‘비트’ 상용화

인건비 등 고정비 기존매장보다 40%

모바일 결제서비스업체 다날 ‘모회사’

“커피를 콘텐츠로 카페를 플랫폼으로”

헤럴드경제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만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는 앱으로 주문에서부터 결제, 제조까지 가능한 로봇카페 비트의 시스템이 확산되면 비트가 ‘커피시장의 구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달콤커피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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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 비트에는 전자ㆍ전기, 로보텍스 등 다양한 산업들이 융합돼있지만 결국에는 커피 산업에 어울리는 퍼포먼스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죠.”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

지난해 1월 달콤커피는 스마트 공항으로 문을 연 인천공항 제2청사에 로봇카페 비트를 처음 선보였다. 라이트 형제 오빌과 윌버의 이름을 딴 새로운 로봇 바리스타는 SF영화에서 봄직한 기계적이고 효율적인 동작으로 커피를 제조했다. 그 후 1년, 비트는 SK증권 등 사내 카페와 롯데몰 등 복합 쇼핑몰을 중심으로 현재 40곳까지 확대됐다.

과연 맛있을까 싶지만 비트 한 대당 소비되는 커피는 하루 평균 500잔가량. 45초에 한 잔을 만들어내는 로봇 바리스타가 6시간 이상 쉬지 않고 커피를 만들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단 얘기다. 사물인터넷(IoT)이 접목된 로봇카페를 상용화한 건 세계적으로도 비트가 유일하다.

최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달콤커피 사무실에서 만난 지성원 달콤커피 대표는 로봇카페 비트에 들어가는 장비 중 가장 값어치가 높은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커피머신’이라고 단언했다. 로봇기술은 10년 전에도 있었지만 커피를 만드는 자동머신이 바리스타의 품질을 따라잡은 지는 불과 2~3년 안팎의 일이라는 것이다. 주로 뷔페에서 이용했던 커피 자동머신은 과거 매장 커피 수준을 따라갈 수 없었다.

지 대표는 “자동머신의 발달로 비트란 로봇카페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라며 “로봇보다 자동머신의 품질이 비트에겐 더 중요하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스타벅스가 글로벌 전 매장에 커피머신을 보급하며 커피 제조에서 본격적인 자동화가 도입된 점도 로봇카페 비트의 방향성에 참고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지 대표는 2016년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로봇이 드립커피를 시연하는 모습을 보고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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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5G 로봇카페 비트 모습. [K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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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카페 비트를 운영하는 달콤커피의 모회사는 1997년 설립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다날이다. 지 대표는 2002년 다날 콘텐츠 사업으로 입사해 신사업을 맡아오다 지난 2011년 프랜차이즈 사업인 달콤커피를 론칭했다. 기업 간 거래(B2B)가 주를 이루던 기존 사업모델을 기업-소비자 거래(B2C)로 확대하고 개인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을 시작하자는 취지였다. 그런데 왜 하필 커피였을까.

“저는 커피를 콘텐츠로 바라봤어요. 대한민국이 가장 사랑하는 콘텐츠를 떠올렸을 때 음악이나 게임처럼 커피도 있다고 생각했죠. 오프라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가장 알맞은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했는데 40~50평 되는 공간 안에 가장 많은 소비자가 방문하는 건 스테디셀러인 커피였어요. 다들 레드오션이라 했지만 저흰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지 대표에 따르면 로봇카페 비트는 달콤커피로 꾀한 플랫폼 사업의 확장판인 셈이다. 그는 “2016년에 비트 태스크포스(TF)를 만들 때도 로봇과 4차산업이 필요하다는 데서 출발한 게 아니라 회원들이 애플리케이션으로만 결제하는 매장을 만들어보자고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달콤커피가 한 달에 1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브랜드가 됐지만 직원들이 상주하는 매장에서 앱 활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비트를 선보인 후, 달콤커피 200여개 매장에서 앱으로 일어나는 결제수와 40개 매장에 불과한 비트의 결제수 트래픽 차이는 10배 가까이 비트가 높다는 게 그의 말이다.

“사내 카페의 경우 하루 몇백 잔을 모든 직원이 비트를 통해 매일 먹는 거예요. 그럼 앱 트래픽이 당연히 높죠. 비트는 신용카드(키오스크)로 결제하는 것보다 비트 앱으로 결제했을 때 더 서비스의 가치가 높거든요. 커피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알려주니 직접 가서 결제할 필요 없이 다 만들면 찾아오기만 하면 되죠.”

반대로 비트의 중요한 뿌리는 기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달콤커피다. 그는 “비트가 잘 되기 위해선 달콤커피가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커피에 아무 기반이 없는 IT회사에서 비트를 만들었다고 하면 맛에 대한 저항이 있을 수 있지만 비트는 달콤커피란 브랜드의 검증된 원자재를 쓰며 ‘비트바이저’를 통해 매일 위생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부대끼는 공간인 기존 카페와 비트는 서로 구분된 시장, 보완하는 관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비트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기존 매장보다 40%가량 절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는 매출의 약 30%가 매장 임대료로 나간다면 비트의 경우 임대료가 매출의 10%도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출의 20~30%에 달하는 인건비 역시 비트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비용이다. 다만 한 대당 1억 2000만원에 달하는 비트의 기계값은 점차 낮춰나갈 계획이라고 지 대표는 설명했다.

“비트는 장비 제어를 중앙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일정한 로열티를 내는 구조로 글로벌 진출도 가능하죠. 앱으로 커피 주문에서부터 결제까지 끝내는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 ‘커피시장의 구글’이 될 수도 있겠단 꿈을 갖고 있어요. 최근 KT와 손잡고 5G 네트워크를 적용해 선보인 비트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고도화된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계획이죠. 비트가 먼저 말을 걸 날도 멀지 않았답니다.”

이유정 기자/ku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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