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현대그린푸드가 최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지침)' 행사와 맞물려 화제의 중심에 섰다. 국민연금에 '짠돌이 배당'으로 경고를 받은 뒤 일찌감치 배당성향을 지난해보다 2배 늘려서다.
현대그린푸드는 그간 증시에서 소외주에 속했다. 배당매력도 없고 식품업 자체의 성장성도 크지 않아 일평균 거래량이 20만주 안팎에 그친다. 그러나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이자,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그룹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과거 호텔사업을 비롯해 백화점, 패션, 여행, 금강산관광까지 계열분리 전 현대그룹의 유통사업을 총괄했다.
현재는 식품회사라는 타이틀만 남았지만 현대백화점그룹의 모태라는 위상은 여전하다. 이에 업황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유통 계열사 후광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한다. 약점이었던 저배당까지 국민연금 이슈 이후 개선되는 추세다.
◇현대百그룹 실질 지주사…유통계열사 후광 톡톡=현대그린푸드는 1968년 설립된 현대건설 자회사 경일육운을 모체로 한다. 건설장비의 수리·임대를 목적으로 설립된 이 회사가 식품과 연이 닿은 것은 1971년, 세운상가와 금강휴게소 등을 운영하기 위해 금강개발산업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부터다.
이후 1977년 울산에 현대쇼핑센터를 개설하면서 본격 유통업도 시작했다. 2001년 호텔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호텔현대'를 설립했고 2002년 현대백화점, 2006년 현대드림투어를 차례로 떼어내면서 2010년 현재의 현대그린푸드가 됐다. 경일육운 시절부터 따지면 업력이 51년 된 셈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로서 주요 계열사 지분도 갖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3분기말 기준 현대백화점 지분 12.1%를 비롯해 현대홈쇼핑 25%, 현대드림투어 100%, 현대리바트 39.9%, 현대 LED 51%, 씨엔에스푸드시스템 100%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현대백화점이 다시 현대쇼핑 100%, 현대백화점면세점 100%, 한무쇼핑 46.3%, 현대홈쇼핑 15.8% 등 나머지 대부분 유통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이에 유통계열사를 통해 시너지를 꾀한다.
현대그린푸드 사업영역은 크게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백화점, 외식사업)으로 분류된다. 이중 백화점 베이커리, 푸트코트 운영 등을 맡은 외식사업이 계열사 후광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증권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2017년까지 적자였던 외식부문이 지난해부터 흑자전환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매그놀리아, 조앤더주스 등 글로벌 브랜드 매장도 로드샵보단 주로 백화점 내에 입점시키는 방식으로 경기 부진 영향을 피해간다.
유통계열사들은 뛰어난 현금창출능력을 바탕으로 현대그린푸드를 위한 M&A(인수·합병) 자금줄 역할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현대홈쇼핑이 인수한 인테리어 자재업체 한화L&C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이번 인수를 통해 현대리바트를 토탈 인테리어 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현대리바트는 현대H&S 합병효과로 지난해 매출이 50% 이상 급증한 바 있다. 한화L&C와의 시너지를 통해 현대리바트가 성장하면, 재무제표가 좋아지는 것은 현대리바트와 최대주주인 현대그린푸드다. 사실상 지주사인 현대그린푸드를 위해 현대홈쇼핑이 '곳간' 역할을 한 셈이다.
◇'짠돌이 배당' 오명은 '굿바이'=현대그린푸드는 배당이 인색하기로 유명한 식품회사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짠돌이 배당주'로 통해왔다. 그러나 올해 배당 확대로 그 오명을 씻게 됐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직후 현대그린푸드와 남양유업을 배당 관련 공개중점관리기업에 선정하며 변화를 요구했다. 올해는 두 회사를 타깃으로 본격 '주주제안' 칼을 빼들었다. 이에 현대그린푸드는 2018년 배당성향을 13% 이상으로 2017년(6.16%)보다 2배 가량 높인다고 발표했다. 시가배당률은 1.45%로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배당성향 증가폭으로 따져보면 의미있는 성장이다.
배당확대 요구를 거부한 남양유업과 달리 현대그린푸드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발동 전에 꼬리를 내린 덕에 '짠돌이' 오명은 벗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까지 현대그린푸드 배당성향을 13% 이상 유지하겠다고 밝혀 앞으로도 배당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현대그린푸드의 주주친화적 배당 기조가 전 계열사로 확대될 여지도 크다. 이미 현대그린푸드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2018년 주당배당금을 290원으로 전년(100원) 대비 대폭 높였다.
◇부진한 경기 속 '나홀로' 성장=최저임금 인상, 경기 악화가 직격탄이 되면서 식품 업황 전반이 좋지 않다. 그러나 현대그린푸드는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남들과 다른 차별화된 성장이 기대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 8197억원, 영업이익 239억원을 기록해 각각 18% 증가하고 흑자전환했다. 시장 컨센서스에는 다소 못 미쳤지만, 개별기준 실적이 더 크게 증가하는 등 본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HMR(가정간편식), 외식사업 등 다각화된 사업 구조로 최저임금 영향을 줄였고, 단체급식 단가를 인상한 덕분이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서도 원재료 통합 구매 등 바잉파워 개선으로 효율을 꾀한다"며 "외식사업 역시 백화점 채널을 통해 출점하면서 로드샵 위주인 경쟁사 대비 경기 부진 영향을 덜 받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올해에는 오는 9월 준공 예정인 스마트푸드센터를 중심으로 더 큰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현대그린푸드 매출액은 3조3811억원, 영업이익 1511억원으로 각각 4%, 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푸드센터에서 단체급식용 반조리제품 생산을 통해 인건비, 원가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고, 밀키트(Meal Kit), 케어푸드(Carefood) 등 신사업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박애란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현대그린푸드가 장기 성장을 준비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며 "차별성을 입증한 외식부문 매출액도 지난해 1350억원에서 올해 1500억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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