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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전문]"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고조, 신통상으로 활로 뚫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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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 [2019 상무관 좌담회]"글로벌가치사슬 재편때 日·EU·아세안등과 새 협력구조 짜야… 위기속에도 새기회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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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상무관 좌담회./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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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무관 좌담회 -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불확실성 대응 전략

◆참석자(가나다순)

△권혁우 주제네바대표부 상무관

△김범수 주상하이총영사관 상무관

△문동민 주일본대사관 상무관

△박근오 주아세안대표부 상무관

△박성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상무관

△박성진 주뉴욕총영사관 상무관

△박태현 주태국대사관 상무관

△배준형 주싱가포르대사관 상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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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9 상무관 좌담회./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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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보호무역 확산 등 한국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세계 교역 여건도 악화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수출은 지난해 12월(-1.3%)과 지난달(-5.8%) 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1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2019 상무관 좌담회'를 열고 미국과 중국, 일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등 주요국에 나가 있는 상무관들과 통상 현안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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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주뉴욕총영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지난해 사상 첫 수출 6000억달러를 달성하는데 대(對)미국 수출 확대가 기여했다. 오히려 미중 무역분쟁의 반사이익 얻은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온다. 올해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많은데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박성진 주뉴욕총영사관 상무관(이하 박성진 상무관)=미국 경제가 지난해에는 가계소비, 정부지출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했다. 특히 실업률이 최근 50년 들어 가장 낮은 완전 고용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는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뉴욕 월가에서도 지난해에는 2.9% 성장을 했다면,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0.3~0.5%포인트 정도 낮은 2% 중반으로 수준으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트럼프정부의 감세,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기 부양 효과가 줄어들고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대체로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성장률이 더 둔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대 관심사다.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박성진 상무관=현지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향방을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이 미 경제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봐서는 아주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로는 가계 소비심리와 투자심리 위축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경기 전망은 어떻게 보나.

▶김범수 주상하이총영사관 상무관(이하 김 상무관)=중국의 경기하방 압력이 증가되고 있고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2018년에 비해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 정부도 감세 조치, 소비진작, 지방채 조기발행, 민영기업 대출,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적극적 경기부양 정책을 하고 있어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주요 기관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 6.2~6.3% 정도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통한 대외불확실성 완화에 주력하는 한편 적극적 거시정책을 통해서 내수 안정 노력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정책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반도체 굴기부터 시작해서 한국이 주력업종으로 삼는 분야에 대해 중국의 도전이 거세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중 분쟁이 불거지면서 중국 배터리, 반도체가 타격을 입는 등 어느 정도 제약이 걸리는 측면이 있다. 이를 한국 산업 경쟁력과 연결하면 어떤 시사점을 얻을 수 있나.

▶김 상무관=최근 미중 무역갈등의 여파로 인해 과거에 비해서 중국 내에서도 중국제조 2025를 강조하진 않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인터넷 플러스, 스마트제조라는 3대 노선하에서 차세대 정보기술, 로봇, 항공우주, 신에너지, 신소재 등을 육성하고 있다. 이런 핵심 산업 기조는 중국에서도 미래에 나갈 방향이기 때문에 이어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경우 각종 펀드, 보조금을 활용해서 반도체, 소재부품 등 핵심산업을 육성중이다. 자동차 선박 설계, 항공기 정비 등은 외자지원 완화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핵심 경쟁력은 결국 거대시장을 활용한 플랫폼 산업이다. 이를 활용해 많은 데이터베이스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 분야는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다. 최근 자료를 보면 인공지능 관련 특허 10만건 중 중국 37%, 미국 25%, 일본 13%, 한국 8.9%일 정도로 이미 인공지능은 중국이 앞서고 있다. 정책 관련해서는 중국은 선시행을 한 후 이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규제하는 형태로, 효율적인 접근이 강점이다. 결국 관련 생태계 조성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 우리도 최근 규제샌드박스 통해 핵심산업 규제완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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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주상하이총영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중국 내부의 관전평은 어떠한가.

▶김 상무관=중국 내에선 의견이 나뉜다. 중국은 통제사회다 보니 내부에선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지만 일부 학자는 우려하고 있는 부분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빨리 해결돼야 더 안정성을 찾을거라 생각한다.

-현재 공식적 기조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는 없다는 것인데, 기업 일선으로 내려가면 아직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숫자로 봐도 투자와 수출이 많이 둔화됐다. 올해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에 전략적 접근을 하지 않으면 힘들텐데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까.

▶김 상무관=미중 무역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수치는 증가했다. 그런데 중국경제 하방압력, 반도체 단가 하락, 유가하락 등 대외요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작년말부터 대중수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경우도 중국 경제 성장률 하향 조정이 예상되는 가운데 마찬가지로 반도체, 석유화학 등 중간재 업종의 수출 증가세는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가 관심있게 봐야할 부분은 중국의 대외개방 기조와 중국 정부의 소비진작 정책이다. 대외개방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중국이 수입박람회를 크게 했다. 지난해 7월에는 외상투자 네거티브 규제를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전자상거래 법령을 시행했다. 수출입관세 완화를 2017년 12월부터 4차례 인하했다. 예를들면 한국 식품의 대중수출이 지난해 10.8% 증가했는데 내용을 보면 관세율이 기존 15% 에서 6.9%로 조정됐다. 또 통관절차가 관소화돼 2~3개월 걸리던 업무 소요기간이 1주로 축소됐다. 이런 부분에서 소비재, 식품 부분과도 맞물려서 수출을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또 하나 측면은 중국의 소비진작 정책이다. 1월28일 중국이 종합소비진작정책을 발표했다. 내용을 보면 자동차나 가전제품 교체시 보조금을 주거나 에너지절약 제품 보조금, 5G 정보통신 소비촉진, 면세점 정책 등 다양한 정책의 방향성이 있다. 인프라 확대도 같이 하고 있다. 8600억위안 규모의 8개 도시철도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해서 한국은 최근에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지만 현대건설기계, 두산중공업 등 건설 관련 업종들이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시장이다. 중국의 정책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우리가 신시장을 발굴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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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동민 주일본대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글로벌 무역 지도를 보면 중국과의 경쟁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는데 지금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일본과의 관계가 앞으로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글로벌가치사슬(GVC) 개편 과정에서 일본의 첨단산업과 한국이 경쟁력 있는 분야들 간에 앞으로 어떻게 관계 설정을 해 나가야 할까.

▶문동민 주일본대사관 상무관(이하 문 상무관)=일본과 관계를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가는 물품의 수출, 일본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품의 수입, 양방향으로만 보면 안된다. 이제는 서플라이 체인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제3국이나 GVC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이 어떻게 협력할지를 고민해봤으면 한다. 일본은 세계 2번째 투자대국이다. 동남아에 해외거점을 많이 갖고 있다. 동남아 해외거점에 대한 우리 기업의 서플라이 체인 편입 또는 부품소재, 중간재 공급 등에 있어서 제3국에 대한 수출이라 생각지 말고 일본 본사, 일본과 네트워크를 어떻게 이용할지 고민해봐야 한다. 마찬가지로 일본시장이 비록 포화되고 들어가기 어렵다고 인식할 수 있는데, 일본 시장을 겨냥한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해서 들어온 경우가 많다. 갤럭시 제품도 베트남에서 생산해서 일본에 들어간다. 비록 생산거점은 다른 지역에 있을지 몰라도 시장으로서 일본의 가치는 여전히 중요하다. 특히 제3국 공동진출 문제는 인프라 차원에서도 기회가 많을 수 있다. 일본의 종합상사 등은 정보력이 뛰어나고 자금력도 있다. 다만 실행에 옮길만한 기술력이나 현장 대응능력이 많이 떨어져서 우리한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측면 있다. 이를 활용한다면 한일간 직접적 관계보다는 제3국을 기반으로 한 활동이 많이 필요할 듯하다.

-'갈라파고스'라는 이야기를 듣던 일본이 요즘 대외 확장을 많이하며 외연을 넓히고 있다. 일·EU 자유무역협정(FTA), 포괄·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가 발효됐다. 필연적으로 한국 제품과 일본 제품이 해외시장에서 경합이 늘 수 밖에 없을텐데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문 상무관=일본이 CPTPP나 EPA를 서둘러서 적극적으로 하려고 했던 이유는 한국의 FTA 네트워크에 비해 일본이 10년 정도 뒤져있고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이 다른나라 시장에서 한국 기업보다 불리한 여건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만회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일본이 새로운 FTA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선점 효과를 누려 왔던 것에 참여하게 됐는데 우리도 기존의 FTA 효과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고,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기업의 기술경쟁력, 가격경쟁력이다.

-최근 수소경제가 핫이슈다. 수소차의 경우 일본과 한국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구도다. 일본은 주요20개국회의(G20)에서도 수소경제를 아젠다로 얘기하려 하고 도쿄올림픽도 수소올림픽으로 치른다고 한다. 어쨌든 시장이 커져야 하는 만큼 협력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가야 하나.

▶문 상무관=한국과 일본 모두 수소경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놨다. 일본은 2050년까지 수소사회를 실현하겠다는 비전에 맞춰서 2030년까지 징검다리로 시행계획을 세웠다. 수소를 생산, 운송, 저장하는 각 단계별로, 실제 이용분야에서 수소 발전, 모빌리티, 수소 연료전지 활용까지 분야별로 망라했다. 수소가격을 낮추고 기술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국제사회에서 시장을 키우는 노력, 표준을 선점하는 노력, 일본 지역사회에서 수소사회를 확산시키는 노력, 일본 국민들의 수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노력 등을 입체적으로,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맞춰 도요타 등 에너지사와 제조사 11개 기업도 모여 수소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굉장히 착실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수소차 기술에서 앞서고 있으니 뒤쳐지지 말고 앞서가면서 서로 국제표준이든 시장 확대 노력이든 협력해가며 시장을 키우면 우리도 수소사회를 선도하는데 앞장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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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현지에서 보는 브렉시트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단기적으로는 악영향이 없을 수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한·영 FTA 등으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긍정 효과를 이야기하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교역조건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는 분도 있다.

▶박성준 주벨기에유럽연합대사관 상무관(이하 박성준 상무관)=브렉시트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 것 같다. 동향을 보면 1월29일 영국 하원 표결 후 메이 총리가 EU와 안전장치(백스톱)에 대해 재협상을 추진 중이다. 2월7일 메이 총리가 브뤼셀을 방문해서 융커 집행위원장과 투스트상임의장이랑 회담했는데, EU 입장에선 탈퇴협정에 대한 재협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미래관계에 대한 정치 선언은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대화가 진행 중이다. 26일까지 영국과 EU가 협상을 진행해서 결과를 갖고 이후 하원 승인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결국 전망은 향후 EU와 영국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영국 하원에서 정치상황이 변하는지에 따라 크게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로 협의가 잘 진행되고 승인투표를 통과하면 전환기간 2020년말까지 맞춰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다. 둘째, 영국과 EU간 어떤 합의나 전환기간 설정 없이 3월29일 영국시간 밤 11시부터 사실상 영국이 EU 회원국에서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다. 셋째, 영국이 요청하고 EU 회원국들이 합의해주면 시한이 연장되는 협장시한 연장 시나리오다. 마지막으로 영국 내 제2국민투표 등 정치적 의사결정으로 브렉시트 자체를 철회 하는 시나리오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예전에 비해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자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결국 마지막까지 EU와 영국간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가장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응해야 한다. 수출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많아진게 사실이다. 국내에선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무역협회가 같이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설치했다. 주영대사관은 브렉시트 헬프데스크, EU 대사관도 어제부터 KOTRA, 무협 등 유관기관 합동으로 현지에서 브렉시트 유관기관 대책반을 운영중이다. 주벨기에 EU 대사관과 주영 대사관, 국내 간 삼각체제를 구축해서 수출기업 애로를 해소하려 하고 있다. 브렉시트 영향은 전망 자체가 굉장히 엇갈린다. 큰 불확실성 때문에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한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오히려 이 자체가 GVC에 큰 변화를줘서 또 다른 기회를 창출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서 당장 어느 방향으로 간다고 전망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 철저히 대응하면서 한·EU, 한·영 간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기체결한 FTA 중 EU쪽의 적자가 커지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난해엔 수출이 많이 늘었다. 요즘 유럽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한국산업이나 제품은 무엇이 있나.

▶박성준 상무관=한·EU FTA가 2011년 7월 발효했다. 당시 유럽 경제가 금융위기 때문에 어려워 수요가 크지않아 바로 FTA 체결효과가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2015년 이후로 EU 경제가 회복하면서 FTA 체결효과가 가시화되고 있어 수출이나 교역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유망품목으로는 EU에서 에너지전환과 환경규제 강화로 친환경 제품 쪽 수요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증가율만 봐도 전기자동차같은 경우 177%, 태양광 모델 108% 리튬이온전지 30%로 큰 폭 증가했다. 친환경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고 앞으로도 강화될 것이기 때문에 유망하다고 본다. 둘째는 한류다. 동남아 뿐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한류 선호가 굉장히 크다. 한국 화장품과 의약품 등 수요가 많이 늘고 있다. 지난해 화장품의 경우 수출이 3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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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우 주제네바대표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FTA를 체결하면서 세계무역기구(WTO)에 대한 국내 관심도가 떨어졌다가 보호무역 기조 확산으로 관심이 크다. WTO는 자유무역의 상징인데 그동안 개혁 논의 등에 진도를 많이 나가지 못했다. 보호무역 확산과 맞물려 내부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권혁우 주제네바대표부 상무관(이하 권 상무관)=한국은 WTO를 가입하고 나서 다자무역체제의 수익을 많이 본 나라 중 하나다. WTO를 잘 운영하고 활용하는 게 중요한 입장인데 최근 위기 상황이 있다. 특히 디지털 무역, 신통상 정책에서 적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고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대해서도 미력한 대응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탈퇴하겠다는 소리도 한다. 1995년 WTO가 생길 때 상소기구를 뒀는데, 7명인 상소기구 위원은 미국의 연임 반대로 3명으로 줄었고 12월이 되면 2명의 임기가 끝나 1명으로 축소된다. 이 상태가 지속되면 상소기구가 완전 마비돼서 사실상 WTO의 기능 끝나는거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한국은 WTO 분쟁에 9건이 가 있다. 4건은 일본에 피소를 당했고 4건은 우리가 미국을 제소했다. 이런 분쟁해결 체제가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이런 맥락에서 WTO 회원국들이 상소기구의 조속한 충원, 다자체제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다양한 채널을 통해 WTO 개혁 논의를 진행중이다. 캐나다 주도로 13개 나라가 참여하는 소그룹이 있는데, 여기엔 미국과 중국은 빠졌다. EU가 주도하는 상소기구 개혁, 미·EU·일 중심 통상장관 간 투명성 강화 추진 등 논의는 복잡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대통령 선언문을 통해 올해 6월 WTO 개혁이 어떻게 됐는지 체크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다보스 포럼 말미에 열린 세계 통상장관회의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상소기구에 대한 우려사항을 제기했고, 비공식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올해가 WTO 체제 유지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해라며 다자체제 복원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76개국이 참여한 비공식 장관회의에서는 전자상거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 디지털 경제가 가져온 도전과 기회 관련 전자상거래 협상을 선언하는 내용이다. 한국은 분담금 7위 국가다. 7위 국가 답게 주요 회원국과 공조해서 논의 과정에 참여할 계획이다.

-WTO 차원에서 보호무역주의를 막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권 상무관=WTO에 164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어서 WTO 내에서 무언가 합의해서 규범을 만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래서 제네바에서도 가장 관심 있게 보는 게 미중 간 합의다. 결국 상소기구를 미국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WTO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를 가장 중심 있게 보고 있다. 결국 미중관계 등을 같이 놓고 봐야할 듯 하다.

-WTO 내 한국 인력을 확대할 필요는 없나.

▶권 상무관=채용 문제 관련해서는 아쉽다. WTO뿐 아니라 UN등 한국 사람이 많이 들어가야 하는데 대외적 표현 능력, 언어문제 등에 있어서 현실적 제약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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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오 주아세안대표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아세안은 성장의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10개국이 있다보니 국가별로 수준이 모두 달라 먹음직한 시장인 것은 맞지만 기업 입장에서 접근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어떤 접근법이 필요할까.

▶박근오 주아세안대표부 상무관(이하 박근오 상무관)=올해 신남방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신남방정책에서 중심이 되는 아세안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가 아세안과의 관계에서 뜻깊은 해다. 한국은 1989년에 아세안과 대화관계를 수립했다. 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는 의미다. 올해 30주년을 기념해서 올해 말 한국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한국에 다 들어오면 아세안 차원에서도 한국에 대한 가시성이 올라갈 수 있다. 회의 준비과정에서 나올 성과 중 경제 분야가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기회를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은 올해도 5%대 초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 싱가포르, 브루나이 같은 국가의 성장률도 포함된 만큼 높은 수준이다. CLMV(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베트남) 국가는 성장률이 거의 7% 수준에 가깝다. 지금까진 중국의 성장률이 높아 가려 있던 측면이 있는데 아세안이 꾸준히 고성장을 하면 부각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아세안과의 교역에서 흑자를 많이 낸다. 현지에선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에 요구하는 게 많을 텐데 아세안 쪽의 니즈는 무엇이 있나.

▶박근오 상무관=아세안 입장에서는 적자보는 나라가 흔치 않다. 교역상대국 1위인 중국과는 적자를 보지만 인도 등 다른 국가와의 교역에서는 흑자를 본다. 한국과는 지난해 1600억달러를 교역했는데 한국이 1000억달러를 수출하고 수입은 600억달러다. 아세안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한국은 베트남 중간재 설비투자 등에 기인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못사는 나라를 대상으로 한국 정도 되는 나라가 과도하게 이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 있다. 과거 동남아 상대로 무역흑자를 많이 내던 일본은 불만이 고조되니 후쿠다 독트린으로 무역수지를 정교하게 조정하고 있다. 한국의 아세안 수출입을 보면 주로 중간재 교역이 많다. 수출, 수입이 따로 아니라 연동이 돼 있는 구조다. 교역량 전체를 늘리며 수출보다는 수입에 초점을 맞춰도 수출은 자연히 늘어나도록 연결돼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양쪽을 함께 높이면 아세안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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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형 주싱가포르대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싱가포르는 교역 파트너로서 큰 시장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무게감이 있어 상징적 의미가 크다. 한국 기업은 어떤 접근법을 써야 할까.

▶배준형 주싱가포르대사관 상무관(이하 배 상무관)=싱가폴은 크기도 작고 인구도 적지만 1인당 소득은 6만달러가 넘어 적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다.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 기업은 혁신적인, 선도적 사업을 해야한다. 전자상거래 분야 등 많은 분야에 진출을 권유하고 싶다. 싱가포르는 매년 기업하기 좋은 국가 평가에서 1~2위를 받는다. 한국은 육성할때 기업의 국적을 따진다. 싱가포르는 항상 누구든 와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심지어 연구개발(R&D) 등 정책 자금도 국적을 따지지 않고 지원해서 적극적으로 유치가 된다. 원래 트레이딩, 금융이 발달하다보니 투자자본 여력도 있고, 신산업 규제도 적어서 테스트베드로도 좋다. 예를들어 ICO(암호화폐 발행)의 경우 한국과 중국은 불가하지만 싱가포르에선 유가증권용 발행 암호화폐 외에 유틸리티용은 허용하고 있어서 지난해부터 한국, 중국 기업이 많이 하고 있다. 규제가 적어서 새로운 사업이 가능하다. 싱가포르에 진출해 긍정을 받으면 주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일종의 공인을 받은 것처럼 쉽게 신뢰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에 진출해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차량공유 업체가 있더라.

▶배 상무관=싱가포르 타다(TADA)는 한국과는 다른 법인이다. 지난해 7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회사가 암호화폐를 발행해서 블록체인 기술을 갖고 있다. 라이딩 쉐어링 서비스는 보통 20%의 커미션을 받는 비즈니스 구조인데, 이 회사는 '노 커미션'으로 기사들에게 커미션을 받지 않는 대신 블록체인 기반으로 운행정보 데이터를 축적해서 보험상품 개발 등 데이터 활용을 한다. 올해 초 싱가포르, 캄보디아에 들어갔고 베트남 호치민, 하노이에서도 2월말 열 예정이다. 아세안 10개국이 각국마다 규제가 다르다. 캄보디아의 경우 라이딩 쉐어링은 신산업이라 규제할 법적 테두리도 없다. 이런 선도적 실험을 하고 싶다면 싱가포르에서 자금을 받아서 이곳의 성공을 기반으로 다른 동남아, 한·중·일 등으로 다시 가는 게 길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

박태현 주태국대사관 상무관/사진=이기범 기자


-태국은 주로 한국에 관광지로 인식되고 있다. 경제협력과 관련해서 어느 측면을 강화할 수 있을까.

▶박태현 주태국대사관 상무관=태국은 한국에 관광 중심지로 알려졌다. 연간 180만명의 한국인이 태국을 방문한다. 전세계 초중고 중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12만명인데 3분의 1이 태국에 있다. 인전교류는 이미 활발한데 경제적 측면에서의 태국의 가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 삼성, LG전자, 포스코 등 400여개 기업이 진출해 있는데, 무역규모는 지난해 기준 역대 최대치인데도 141억달러 밖에 안된다. 투자 금액도 최근 3년간 연간 1억달러가 안된다. 태국은 GDP가 4600억달러, 총 교역액은 5000억달러 규모다. CLM(캄보디아·라오스·미얀마) 국가와 국경무역이 활발하고, 아시아 최대 자동차 생산국이며, 전기전자제품 내수시장도 600억~700억달러로 꽤나 크다. 모바일 가입자 수가 1억2000만명인 '모바일 퍼스트'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시장을 놓치고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다들 진출하고 싶어했지만 상세한 전략을 짜지 않은 문제가 있다. 일본, 중국, 미국, 독일 등 글로벌 기업이 이미 진출해 시장을 장악했다는 선입견과 두려움이 큰 듯하다. 태국이 중진국 함정을 탈출하기 위해 '타일랜드(Thailand) 4.0'을 발표하고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한국의 '혁신성장' 정책과의 협업 방안도 짜지 않았다. 한류가 아직 식품, 소비재에만 집중돼 있어서 스타트업 등 다른 분야로 경제적 확산이 떨어진 점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경제외교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정리=유영호 권혜민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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