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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2 (화)

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인천도 사투리 쓰나요…'가깝고도 먼 인천말'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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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인천말 연구성과 책으로 펴내

연합뉴스

한성우 인하대 교수
[인하대 제공]



(인천=연합뉴스) 강종구 기자 = "서울말이 받는 대접을 생각하면 인천말에 대한 홀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지역 관점에서 보면 서울말은 서울 지역어일 뿐인데 표준말과 같은 뜻으로 쓰일 때가 많습니다."

한성우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가깝고도 먼 인천말'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수많은 사람이 인천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다 보니 동질성이나 고유성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인천말에 대한 조사와 탐구는 분명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 교수는 인천을 원도심, 강화도, 연안도서, 서해5도 등 4개 권역으로 나누고 2009년부터 10년간 60대 이상 인천 토박이 어르신들을 직접 인터뷰하며 인천말 연구를 진행했다.

책에는 각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특성과 말의 특징이 쉽게 기술됐다.

예를 들어 '했시꺄(했습니까), 왔시꺄(왔습니까)' 등 '시꺄'는 강화도의 대표적인 사투리로 꼽혀 왔지만, 발음이 강해 초면인 사람에게는 실례가 될 수 있어 잘 사용하지 않아서인지 이제는 토박이들이 일부러 쓰지 않으면 외지인들은 듣기 어려운 말이 됐다.

연평도에서 김치를 '짠지'라고 하는 것은 황해도 방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 젊은 층에서는 이제 잘 사용하지 않고 짠지를 '짠 김치'라는 뜻으로 쓰고 있다.

한 교수는 수도권인 인천에도 사투리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답은 사투리 정의를 통해 찾아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사투리의 정의를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표준어가 아닌 말'이라고 본다면 인천말은 어느 한 지방에서만 쓰는 말도 아니고 표준어와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사투리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하다"며 "다만 인천 지역의 말도 지역에 따라 분화된 말의 체계이기 때문에 '인천말'을 인천 방언의 뜻으로 이해하면 인천말의 존재는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인천말의 특징을 꼽아보라고 하면 누구나 수긍할만한 특징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인천 원도심의 말은 중부방언 중 경기방언의 하위방언으로 분류되며 서울말과 많이 닮았지만, 강화말은 분단 이전 황해도와 교류가 많았던 점 때문인지 황해도 방언이나 북쪽 방언의 특성이 더 많이 발견되는 등 다양한 지역 말의 특성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작년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멀다고 하면 안되갔구나'라고 말했는데 인천에서도 토박이 어르신 중에서는 '정말 모르갔어?' 등 북쪽 방언처럼 '겠'을 '갔'으로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항구를 낀 해안 도시 특성상 서해 바닷길을 타고 여러 지역의 말이 섞이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07년 인하대 교수로 부임하면서 인천과 처음 인연을 맺은 한 교수는 앞서 '인천 토박이말 연구', '강화 토박이말 연구', '인천 연안도서 토박이말 연구' 등 인천말과 관련한 책을 3권이나 발간했다.

한 교수는 "인천말은 본격적으로 조사나 연구 대상이 된 적도 없고, 이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여지지 않았다"며 "백령도 등 인천 원해도서 말에 대해 조사를 추가로 진행하며 인천말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iny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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