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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30 (일)

"박원순이 경찰 1만명 인사"···"주민 중심의 경찰 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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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세종, 제주 등서 자치경찰 시범도입

박 시장이 파출소 241곳, 인력 1만 명 인사

전문가 "서울서 거대 치안권력 탄생하는 셈"

서울시 "주민 중심으로 경찰 업무 바뀔 것"

중앙일보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박원순 시장이 1만명의 파출소 경찰 병력에 대한 인사권을 사실상 행사하게 된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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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서울과 세종·제주 등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이 가사화하면서 일부에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수도 서울의 이점에 기반해 거대 권력을 갖게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요컨대 "현재도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 불릴 만큼 권한이 막강한데, 경찰 병력까지 더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16일 서울시와 경찰에 따르면 서울시 내 지구대 파출소는 241곳, 이곳에 배치된 경찰 인력은 1만74명이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이들은 국가경찰에서 박 시장이 통솔권을 가지는 자치경찰로 전환된다. 가령 서울 자치경찰의 인사권은 서울본부장이, 본부장 인사권은 박 시장이 갖는다. 사실상 박 시장이 자치경찰에 대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이다.

자치경찰제란 경찰청장이 전국 경찰을 지휘하는 현 국가경찰제와 달리, 생활안전·교통·지역경비 등 주민 생활밀착형 서비스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제도다.

앞서 1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광역단위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며 현재 제주도에서 시행 중인 자치경찰제를 올해 안에 서울과 세종 등 다섯 곳에 시범도입한다고 발표했다.

당초 서울시는 "종로에 소방소가 한 곳이듯, 경찰서도 한 곳이어야 한다"면서 서울지방경찰청 이하 모든 경찰서와 파출소 조직을 서울시로 이관하는 수준의 과감한 자치경찰제를 시행하자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4일 공개된 정부안에서는 서울시는 지구대 파출소 인력과 아동·청소년·노인·여성보호, 가정·학교·성폭력 예방, 교통법규 단속 등 생활밀착형 업무만을 넘겨받게 된다. 원래 서울시 주장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또 다른 거대 권력의 탄생"이라고 우려했다. 서정범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 도입 취지는 사실상 12만5000명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경찰 병력을 나누고 쪼개서 힘을 분산시키자는 데 있다"면서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국가경찰의 힘 빼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서울시와 같은 거대한 지자체장을 또 다른 '공룡 권력'으로 만든 셈"이라고 지적했다.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면 서울로 '인력 쏠림' 현상이 심화돼 치안으로 인한 지역 격차가 커질 것이란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예산 규모가 크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서울지역 근무에 경찰 지원이 몰리면, 우수 인력이 서울로만 집중되고 일부 지역은 경찰 인원 자체가 부족해지는 '치안 공백' 상태가 발생할 수 있다.

서 교수는 "이처럼 서울로 오려는 경찰들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다른 지역과 격차가 커지는 원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전 국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치안 서비스마저 서울만의 경쟁력이 돼 버릴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은 그간 '경찰청은 기획조정 역할만 맡고 집행은 전부 지자체장이 가져가야 한다'며 가장 급진적인 방식의 자치경찰제 도입을 주장해왔다"면서 "타 지역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따져 주판알을 튕기는 지자체장의 관점에 따라, 경찰 업무를 흔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우려도 심각하다. 일선 자치경찰의 인사권을 쥔 본부장급 인사를 박 시장이 임용할 수 있는 만큼 자치경찰 내부에 시장 눈치 보기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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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서울을 포함한 5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시범 실시하고 2021년 전국으로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자치경찰위원회의 실질적 운영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김 장관은 "(자치경찰위원은) 지방의회 여야 추천을 받게 해 정치적 시비에서 벗어나도록 하겠다. 철저한 제도 설계로 자치경찰제가 지자체나 지역 유지들의 사병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막겠다"고 밝혔다.

박진영 서울시 정책기획관 직무대리는 "자치경찰제는 경찰의 눈높이를 상급자가 아닌 주민에게 맞추자는 취지로 도입하는 것"이라면서 "지자체장과의 유착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말했다. 박 직무대리는 "관선에서 민선으로 바뀌면서 구청의 핵심 보직과 주요 업무가 지역주민 중심으로 대폭 전환한 것처럼, 자치경찰제 도입을 계기로 경찰의 핵심 업무와 방식 역시 주민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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