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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세 번째 탈옥 막는다… 멕시코 마약왕 '하이테크 지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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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경비 '수퍼맥스' 감옥 "수감자 모든 감각 무력화시켜"

로키의 앨커트래즈로 불려

조선일보

'엘 차포(땅딸보)'라는 별명을 가진 멕시코 최대 마약 카르텔 두목 호아킨 구스만(61)이 12일(현지 시각) 뉴욕주 연방법원에서 배심원들로부터 만장일치 유죄 평결을 받았다. 판사는 최종 형량을 6월 선고할 예정이지만, 검찰은 사면 없는 종신형을 예상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은 형량보다 그가 어느 감옥으로 수감될지에 쏠려 있다. 구스만이 두 차례나 삼엄한 감시를 뚫고 탈옥에 성공한 '탈옥의 귀재'이기 때문이다.

13일 뉴욕타임스(NYT)는 "구스만이 콜로라도주(州) 플로렌스에 있는 '수퍼맥스'에 수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초고도 경비(super maximum security)'의 줄임말인 수퍼맥스는 극도로 관리가 잘되는 연방 수감 시설을 뜻한다. 플로렌스의 수퍼맥스는 로키산맥에 위치한 입지 때문에 '로키의 앨커트래즈'라는 별칭이 붙어 있다. 지금은 문을 닫은 앨커트래즈는 샌프란시스코만의 섬에 있던 감옥으로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 등 흉악범들이 수감돼 감시가 삼엄하기로 이름 높았다. 1999년까지만 해도 미 전역에 57개의 '수퍼맥스'가 있었다. 하지만 수감자 인권이 문제가 돼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해 현재는 플로렌스 '수퍼맥스'만 유일하게 남았다.

보스턴글로브에 따르면 '수퍼맥스'에 수감된 400여명의 수감자들은 모두 독방 생활을 한다. 운동 시간 1시간을 제외한 하루 23시간을 가로 2.1m, 세로 3.7m 독방에서 보낸다. 침대와 집기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방에 붙어 있다. 바깥으로 난 창문은 폭 10㎝ 정도에 불과하다. 강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감옥 주변엔 다중 감시 카메라, 고전압 와이어 등 첨단 보안 시스템이 장착돼 있다. 과거 이곳에서 복역했던 한 재소자는 "수감자의 모든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지옥의 하이테크 버전"이라고 말했다.

수감자 면면도 화려하다. 9·11 테러 공범 자카리스 무사우이, 오클라호마시티 폭파범 테리 니콜라스, 하버드대 출신 수학 천재로 '유나바머'로 불린 연쇄 소포 폭탄 테러범 시어도어 카친스키,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 등이 현재 복역 중이다. 연방교도소장을 지낸 캐머런 린제이는 "수퍼맥스는 엘 차포에게 딱 맞는 곳"이라고 말했다.

구스만은 1993년 멕시코의 감옥에 갇혔으나 2001년 1월 교도관을 매수한 뒤 빨래 바구니에 숨어 탈출했다. 2014년 2월 재수감된 그는 이듬해 7월 CCTV 사각지대인 샤워실 바닥에서 교도소 밖으로 이어지는 길이 1.5㎞ 땅굴을 파고 탈옥했다. 미국·멕시코·콜롬비아·인터폴의 검거 작전 끝에 2016년 1월 다시 체포됐으며, 2017년 1월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돼 재판을 받아 왔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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