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4.5% 9년 만에 가장 나빠
취업 증가는 2만명에도 못 미쳐
제조업 침체에 최저임금 후폭풍
정부 “노인 구직 늘어 실업 늘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올해 처음 받아든 고용 성적표 내용이다. ‘고용 참사’ 수준으로 악화한 일자리 기상도가 더 흐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실업자는 122만40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1월 대비 20만4000명 늘었다. 2000년 1월 실업자가 123만2000명을 기록한 이후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대다. 실업률은 4.5%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1월(5%) 이후 9년 만에 동월 최고치다. 15~29세 청년 실업률은 8.9%였다. 취업자 수는 1만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역시 1월 기준으로 9년 만에 최저 증가 폭이다.
구체적으로 실업자는 40대(1만9000명)와 50대(4만8000명), 60세 이상(13만9000명)에서 크게 늘었다. 15~29세 청년층 실업자는 7000명 증가해 비교적 양호했다. 30대(-1만 명)는 소폭 감소했다. 실업자가 급증하며 실업률(4.5%)도 1년 전보다 0.8%포인트 치솟았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예년보다 조기 시행하면서 노인층 구직 활동이 증가해 실업자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취업자는 2623만2000명으로 1년 전보다 1만9000명 늘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취업자가 33만4000명 늘어난 데 따른 ‘기저 효과’”라고 설명했지만 지난해 12월 증가 폭(3만4000명)의 절반 수준이고, 지난해 8월(3000명) 이후 최저치다. 취업자 수 증가세가 주춤한 건 일자리 ‘버팀목’ 역할을 해 온 제조업·건설업 취업자가 각각 1년 전보다 17만 명, 1만9000명 줄어든 탓이 크다. 특히 고용 효과가 큰 건설업 취업자가 2016년 8월 이후 29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고용이 완연한 ‘다운턴(downturn·하강)’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간 실업자 수는 전년 대비 5만 명 증가한 107만3000명으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31만6000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취업자 수 증가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매월 10만 명 전후를 기록했으나 7월 5000명으로 주저앉은 뒤 바닥을 기었다. 지난해 11월 취업자가 16만5000명 ‘반짝’ 증가한 것을 제외하면 반년 이상 10만 명 아래에 머물렀다.
올해 전망도 어둡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고용동향 발표 직후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국정 운영의 최우선 순위를 일자리 여건 개선에 두고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일자리 창출 목표 15만 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40~60대 실업자 가장 많아 … ‘일자리 버팀목’ 제조·건설업 침체로 고용 악화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잇따라 ‘경고등’을 켠 모양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 올해 취업자 증가 전망을 당초 20만 명대 초반에서 10만 명으로 반 토막 이상 하향 조정했다. 노동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지난해 12월 “올해 고용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며 취업자 증가 폭을 12만9000명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지난해보다 사정이 다소 나아지겠지만, 취업자 수가 12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제조업·건설업 고용 상황이 나빠 1분기에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취약계층에 고용 한파가 더 가혹하게 불어닥칠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4% 오른 데 이어 올해도 10.9% 올랐다.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인상하는 바람에 인력을 줄이는 영세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이 늘었다. 경제 취약층을 중심으로 올해 고용시장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이 꼽는 고용 참사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자동차·조선·해운 등 주력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기업의 고용 여력이 저하됐다. 수퍼 호황을 누린 반도체 산업마저 주춤하고 있다. 여기에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시행 등 친(親)노동 일변도 정책이 고용을 더 악화시켰다는 진단이 나온다.
송원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제조업 부진이 고용 악화의 ‘상수’라면 현 정부 정책은 ‘변수’로 떠올랐다”며 “인건비 부담이 커진 기업이 채용을 줄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새로운 취업문마저 좁아져 고용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악화 일로를 걷는 고용시장 흐름을 뒤집으려면 재정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보다 민간 일자리부터 늘려야 한다”며 “규제를 없애고 신성장산업을 발굴하는 등 친시장·친기업 정책을 펼쳐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의 활력을 북돋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김기환·김도년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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