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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장학금 받고 알바 중단, 돈으로 환산 못할 청춘의 시간 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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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 장학금 혜택 본 김두영씨

“그간 월120시간 일해 100만원 벌어

공부에 집중하니 성적도 좋아져”

무너진 교육사다리 <하>

중앙일보

육상 트랙 위의 김두영씨. 학교에서 생활비장학금을 받고 있는 그는 ’희망사다리의 시작은 출발선을 같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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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21·고려대 경영학과)씨는 겨울방학 동안 교내 체육위원회에서 ‘알바’(근로장학생)를 한다. 주 5일 하루 6시간 일하고 월 100만원 정도를 번다. 단기 어학연수를 가거나 방학을 온전히 쉬는 데 쓰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지만 김씨는 지금 생활에 만족한다. 학교 ‘알바’가 없었다면 근처 식당에서 서빙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김씨와 같은 지방 출신에겐 서울에 연고가 없어 과외를 구하기도 힘들다. 그는 “요즘 시험은 내신 위주이다 보니 대학생 과외 자리가 흔치 않다”며 “그마저도 알음알음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으면 자리를 얻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하자마자 국가장학금을 신청해 등록금의 70% 정도를 받아 왔다. 하지만 나머지 등록금과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했다. 학기 중에는 주 3일 중고생 영어학원에서 오전 11시부터 밤 10시까지 강사 보조를 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 그가 받는 돈은 월 60만원. 자취방 월세와 생활비 대기도 빠듯했다. 등록금을 마련하려면 방학 때 목돈을 벌어야 했다. 남들이 다 쉴 때 식당에서 온종일 서빙을 했던 이유다.

하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공부했다. 그 결과 평점 4.0(만점 4.5)의 높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다 2018년 1학기 때부터는 교내 생활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돼 매달(방학 포함) 20만원씩 지원받기 시작했다. 또 국가장학금과는 별도로 교내 면학장학금 혜택도 얻게 돼 현재는 등록금 전부를 면제받는다.

장학금을 받은 김씨는 알바 시간이 줄어든 만큼 공부에 열중했다. 그 결과 지난 학기 김씨의 평점은 4.42점으로 만점에 가까웠다. 그는 “장학금 덕분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청춘의 시간’을 벌었다”며 “다른 친구들과 출발선을 비슷하게 맞춰 준 학교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윤휘(23·행정학과)씨도 김씨처럼 생활장학금을 받는다. 윤씨는 “MT와 동아리 활동, 밥 약속 등 모든 대학생활에는 돈이 든다”며 “신입생 때부터 정신없이 알바를 하고 쫓기듯 공부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생활장학금을 받으며 많은 게 변했다. 그는 “한 학기 120만원은 159시간을 꼬박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며 “알바 대신 인문학 강의를 듣고 한 학기 동안 토론 동아리를 책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엔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급급했다면, 요즘엔 내일의 꿈을 꿀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2016년 고려대가 성적우수자에게 주는 장학금(2015년 기준 34억원)을 모두 폐지하고 저소득층 혜택을 늘렸기 때문이다. 기초수급 학생들에겐 월 30만원의 생활장학금과 기숙사비를 지원했다. 2017년 2학기부터는 김씨와 윤씨처럼 소득 1~3분위 학생들에게도 생활장학금(월 20만원) 혜택을 늘렸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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