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3 (수)

트럼프 "방위비 5억弗 더"…韓정부 "기정 사실화 말아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뒤로 이방카 트럼프와 존 볼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좌관 등이 참관한 모습이 보인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으로 한국이 5억달러(약 5627억원)를 더 내기로 했다고 밝혀 우리 정부를 당황하게 하고 있다. 협정에 명시된 올해 증액분 787억원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우리 정부가 차기 협상에서 큰 폭의 인상 요구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주재한 각료회의에서 "우리는 한국을 방어하고 엄청난 돈을 잃고 있다. 그들을 방어하는 데 1년에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쓴다"며 "그들은 5억달러를 더 지불하기로 어제 동의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몇 통에 5억달러를 받아냈다"고 주장했지만 통화 대상자가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증액 규모는 매우 부정확하며 성과를 과시하기 위해 규모를 부풀린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본인이 생각하는 증액 기대치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측면에서 차기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상 때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해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방위비분담금)은 올라가야 한다. 위로 올라가야 한다"며 "몇 년 동안 그것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13일(한국시간)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인상을 너무 기정사실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SMA의 기한은 1년이지만 '한미 양측이 합의를 통해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부속 합의문에 들어가 있다"며 "인상 필요성 여부를 한미 양측이 검토한 뒤에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도 있다. '1+1'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이날 폴란드로 출국하면서 "합의한 액수는 분명히 1조389억원"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외교 당국자도 "현재 미국 방위비 협상 대표단은 방위비 증액이나 차기 방위비 협상 일정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5억달러 인상' 발언이 10차 SMA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이후 한미 간에 관련한 추가 협의가 있었음을 발설한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어떤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번 10차 SMA 과정에서 미국의 최초 요구가 1조4400억원으로 작년보다 5000억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인상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5억달러를 강조하며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은 자신의 요구를 상대방에게 강하게 인지시키는 협상술로 해석된다. 앞으로 미국 협상 대표단에도 지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가서명한 협정은 올해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한미는 내년 이후에 적용될 방위비분담금을 위해 이르면 상반기 중 다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미국은 미군이 있는 세계 각국과의 주둔비용 분담 방식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한 뒤 이를 토대로 마련한 새 원칙을 가지고 한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어떤 원칙을 들고나올지는 불투명하지만 지금보다 동맹국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새 원칙이 적용될 첫 번째 협상 상대국이 한국이 될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이 협상에 참고할 '전례'가 없는 데다 미국은 자국 입장에서 '성공적 선례'를 남기기 위해 한국을 최대한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선거(11월)를 앞두고 동맹국들의 방위비분담금 대폭 증액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두원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