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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트럼프와 김정은은 하노이 어디서 먹고 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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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지 베트남 하노이 /사진=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24] 역사적인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국 하노이로 확정되었습니다. 사실 막판까지 다낭설이 우세한 반응이었지만 막판 실무협상 때 다낭에서 하노이로 우회했다는 설이 결론으로 드러났죠. 결국 미국 측에서 북한 측에 장소는 양보하고 다른 걸 얻어내겠다는 속셈으로 읽을 수 있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니까요.

정상회담을 전후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정확한 소식을 아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하노이에서 열린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는 모두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모든 외신이 다낭을 지목했기 때문이지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미국 기자가 "회담 장소가 다낭인 것 같은데, 괜찮은 추측이냐"고 물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그는 즉답을 피하며 "다낭 하면 뭐가 생각나느냐"며 말을 돌렸습니다. 거의 모든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허를 찔린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반응을 놓고 다낭이 확실하다고 더 확신을 했습니다. 국내 언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북 정상회담 장소가 발표되기 직전 설 연휴 기간에 상당히 많은 국내 언론사가 다낭에 기자들을 출장보냈습니다. 저도 다녀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메시지를 통해 '정상회담 장소는 다낭'이라고 발표하면 그에 맞춰 리포트를 쏟아낼 심산이었죠. 그런데 다들 정말 크게 한 방 먹었습니다. 다낭에 출장간 기자가 비행기표가 없어 하노이에 올라오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베트남의 설날' 개념인 '뗏'이 마무리되는 시점과 겹쳐 항공 수요가 급격히 몰렸거든요.

이제 일정은 우여곡절 끝에 확정되었고 천지가 개벽할 만한 이변이 없는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에서 만납니다. 27~28일로 예정된 정상회담을 앞두고 과연 이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일단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서 최소 3~4일 전에 하노이에 들어올 공산이 큽니다. 김 위원장의 베트남 국빈방문은 거의 확정적이라 추측해도 크게 이상할 게 없습니다. 베트남은 유교 국가입니다. 무엇보다 체면을 중요시하는 나라입니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에 북한은 은밀히 베트남을 지원하며 동맹 역할을 했죠. 김일성 전 북한 주석은 호찌민 베트남 전 주석을 두 번이나 만났습니다. 그의 손자 김 위원장이 50년 넘는 세월을 거쳐 베트남에 오는데 국빈방문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것이 이변입니다. 아마 25일께에는 김 위원장의 공식 국빈방문 일정이 잡힐 것입니다.

숙소 얘기도 참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만, 이 역시 아직까지는 추측에 가깝습니다. 제1차 싱가포르 회담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숙소는 '소수설'이 채택되었다는 게 중론입니다. '아마도 여기 묵을 것'이라고 짐작해 다수 기자가 몰린 곳은 숙소가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재연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다만 가짓수를 좁혀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5성급 호텔 중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갈 수 있는 숙소를 추려보면 그리 많지 않거든요.

일단 하노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하노이 랜드마크72'에 속한 인터콘티넨털 하노이 랜드마크72와 롯데호텔 하노이, 그랜드 플라자는 김 위원장 숙소에서 빼기로 합니다. 셋 모두 한국 기업이 경영하거나, 한국과 아주 밀접한 곳에 있는 호텔이기 때문입니다. 하노이 랜드마크72에 있는 인터콘티넨털 호텔은 한국 호텔은 아니지만 이 건물 배치가 문제 됩니다. 이 건물은 사실상 베트남 내 '작은 한국'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습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을 비롯한 한국계 은행이 다수 자리 잡고 있고, 그 외 수많은 한국 기업이 이곳을 사무실로 쓰고 있습니다. 같은 용지에 있는 경남아파트는 한국인 초밀집 구역이라 보시면 됩니다. 김 위원장이 한국 롯데그룹이 지은 하노이 롯데호텔과 참빛그룹이 지은 그랜드 플라자를 숙소로 쓸 가능성도 배제하는 게 합당한 추론입니다.

그러면 쓸 만한 5성급 호텔 중에 호안끼엠 근처에 있는 소피텔 메트로폴 레전드와 멜리아 호텔, 서호 근처에 있는 셰러턴 하노이와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가 남습니다. 하나 더 다소 외진 곳에 있는 JW메리어트 호텔이 있습니다. 이 중 JW메리어트 호텔은 무조건 회담장 혹은 두 정상 중 한 명의 숙소로 활용될 것입니다. 하노이 내 호텔 중에 가장 상태가 좋고 또 보안을 유지하기도 최적인 곳이거든요. 이미 JW메리어트는 미·북 정상회담이 하노이로 공식 발표되기 전부터 2월 마지막 주 객실 예약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하노이 한 호텔 지배인은 "JW메리어트는 어떤 용도로든 반드시 회담의 일부분으로 활용될 게 확실하다"고 추측하더군요.

이제 JW메리어트를 한 축으로 놓고 두 가지 가정을 해보겠습니다. JW메리어트를 두 정상 중 한 명이 숙소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만약 주인공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면 김 위원장 자리는 멜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하노이에 방문하는 북한 고위급 관계자들이 주로 묵는 호텔입니다. 알고 보니 베트남 정부가 직접 관리에 참여하는 호텔이더군요. 김 위원장 입장에서 보안을 담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JW메리어트에 김 위원장이 묵는다는 가정을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 숙소는 소피텔 메트로폴 레전드를 꼽겠습니다.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한 번 묵었던 숙소이기 때문에 지내기가 편합니다. 실무진 입장에서 보안 동선을 짜기도 용이합니다. 하지만 이 가정은 들어맞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JW메리어트에 갈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입니다. 수중에 돈이 별로 없는 북한 입장에서 호텔비는 베트남 정부가 내 줄 공산이 큽니다. 따라서 하노이에서 호텔비가 가장 비싼 호텔 중 하나인 JW메리어트를 김 위원장이 찜해놓기는 좀 부담스럽습니다.

그럼 JW메리어트가 숙소가 아닌 회담장 명목으로만 쓰인다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피텔 메트로폴 레전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앞서 설명한 논리가 그대로 들어갑니다. 그다음 순위 정도가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 셰러턴 하노이 정도가 되겠습니다. 두 호텔다 큰 호수인 서호에 접해 있어 보안이 용이합니다.

이 경우에도 김 위원장 숙소는 여전히 멜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위와 3위도 셰러턴 하노이와 인터콘티넨털 웨스트레이크가 되겠네요. 다만 하나 변수가 있습니다. 하노이를 찾은 사회주의 정상들이 주로 쓰던 베트남 영빈관이 다크호스입니다. 요새는 잘 쓰이지 않는 곳이라 하네요. 이곳을 손보면 보안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김 위원장 혼자만의 숙소로 삼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도 아직까지는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두 정상의 숙소가 여기서 벗어난다면 그건 상당한 이변이 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그 호텔은 국가 정상이 다녀갔다는 명분의 'VIP 마케팅'을 펼칠 절호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과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다함께 지켜보시죠.

[하노이 드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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