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5 (금)

"트럼프, 美 잘못돼가는 것 보여주는 극단적 증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트럼프 저격수’ 워런 대선 출마 선언 / 美 女노동운동 발상지 로런스서 민주당 후보 경선 출사표 던져 / “부정한 시스템에 맞서 싸울 것”



세계일보

“더이상은 안된다! 빵을 달라, 그리고 장미를 달라”

엘리자베스 워런의 출정식은 선명했다. 미국 진보진영 대표주자인 워런 의원이 미국 여성 노동 운동 발원지에서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주요 언론은 9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으로 진보 진영 대표 주자인 워런 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kick off)”고 보도하면서서 출마 선언 장소로 메사추세츠의 로런스 지역을 택한 것에 일제히 주목했다. NYT는 “로런스를 선택한 것은 상징적”이라고 전했다.

로런스 지역은 방직공장들이 모여있던 곳으로, 1900년대 초 미국 여성 노동운동의 시초가 된 ‘빵과 장미’ 파업의 발생지다. 당시 여성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보장하는 임금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을 요구했고 이 요구는 ‘빵과 장미’라는 구호가 됐다. 2000년 영화계 세계적 거장 켄 로치 감독이 동명의 영화로 제작했다.

이날 출정식에서 워런 의원은 영화 ‘나인 투 파이브(9 to 5)’의 배경음악과 함께 무대에 올라 연설을 시작하기도 했다. 나인 투 파이브는 1980년에 제작된 영화로 성차별적인 회사와 사회생활에 맞서는 여성 노동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다.

워런 의원은 “부유층과 권력자들을 떠받치는 부정한 시스템에 맞서 평범한 가정의 삶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노동계층이 소수 부유층을 떠받들고 있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로런스의 여성들이 말했던 것처럼 ‘더이상은 안 된다’고 말하자”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더이상은 안 된다”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CNN은 “영하의 날씨에도 44분 넘게 진행된 연설에서 워런은 정치 엘리트들이 거대 기업에 매수된 존재들이며 중간 계층을 숨만 거의 쉴 수 있는 정도로 쥐어짜고 있다고 묘사했다”는 신랄한 비판을 전했다.

도널드 트럼퍼 대통령 ‘저격수’로도 불리는 워런 의원은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무엇이 잘못돼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그저 가장 최신의, 가장 극단적인 증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핵심 기치로 노동자 권리 보호와 공정한 급여, 의료보험제도 개선, 부유세 등을 공약으로 삼고 있다.

특히 워런 의원은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진보 진영의 핵심 주자로 떠올랐다. 2004년 저서 ‘맞벌이의 함정’에서 미국 중산층 붕괴를 미리 경고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버드 대학 로스쿨 교수 출신의 파산법 전문가로 2008년 금융위기 후 ‘월가를 점령하라’ 운동으로 번진 부채 문제의 상징적 존재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방의회가 설립한 감독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워런 의원에게 돌아갔다. 위원장을 맡은 워런 의원은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미국의 금융·경제시스템의 총체적인 개혁을 호소하며 전국적 인지도를 얻게 됐다.

이 기세를 몰아 워런 의원은 2013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갈 것을 강하게 요구받았다. 워런 의원은 2012년 여성 상원 의원 중 가장 많은 4210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금해 힐러리 전 국무장관이 2006년 의원 시절 세운 기록을 경신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당시 워런 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뒤 자신은 불출마 선언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