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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54년만에…北, 회담장소로 '하노이' 요구한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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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54년 만에 베트남 국빈 방문 추진 / 김일성 1958년·1964년 방문 / 北 회담장소 하노이 요구 배경 / 베트남 개방 모델 노하우 전수 / 국제무대서 존재감 과시 기회

세계일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베트남 하노이 개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겐 여러 면에서 기회이다. 베트남 개방 모델을 살펴볼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을 과시할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베트남 국빈방문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 장소로 하노이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은 이런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의 국빈방문이 이뤄지면 외교 관례상 베트남 주석궁과 의회 등 정치·행정기관이 있는 하노이를 반드시 들러야 한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해 6월 12일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에도 본 협상 이틀 전에 현지에 도착해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했다. 정상회담 전날인 11일엔 심야시간에 외출해 야경을 둘러봤다. 이번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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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일성 전 주석이 베트남 호찌민 전 주석을 만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평양 경상유치원 호지명(호찌민)반에 거는 행사가 26일 열렸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김 위원장의 하노이 방문이 이뤄지면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반세기 만에 베트남 방문이 성사되게 된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당시 당중앙위원장·수상)은 1958년 11∼12월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베트남(당시 월맹)을 국빈방문해 호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어 1964년 11월에 또 하노이에서 호찌민 주석과 만나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김 위원장으로서는 자국 인민에게 향수와 국제적 자긍심을 줄 수 있으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위원장이 이번에 응우옌푸쫑 베트남 국가주석을 만난다면 사회주의를 기반으로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베트남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싶다는 의향을 피력할 가능성도 있다. 베트남은 정치적으로 공산체제를 유지하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대표적인 ‘체제전환 국가’다. 경제위기를 타개할 목적으로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인 ‘도이머이’(쇄신)를 채택했으며, 1995년에는 미국과 오랜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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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을 보름여 앞둔 10일 주베트남 북한대사관 앞에서 공안(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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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군절 인민무력성 방문한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군 창건 71주년인 건군절(9일)을 맞아 인민무력성을 방문해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의 인민무력성 방문 사실을 사진과 함께 공개했다. 연합뉴스


또 이번 방문을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절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다시 돈독하게 만들어나가는 계기로 삼아 활발한 교류의 물꼬를 틀지도 관심을 끈다. 북한과 베트남은 1950년 1월 수교를 맺었으며, 1967년 무상군사지원·경제원조 협정을 체결했다. 베트남전 당시에는 북한이 공군병력을 파견하고 군수물자를 지원하면서 ‘혈맹’ 관계가 됐다. 하지만 1978년 12월 베트남이 캄보디아를 침공했을 때 북한이 베트남을 비난한 뒤 양국은 대사를 철수하며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이어 1992년 베트남이 한국과 수교를 시작하면서 그 관계는 더 얼어붙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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