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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포스코 노동자의 석연찮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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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앞둔 2일 업무 도중 사망…회사 경위서 “심근경색 추정”

부검엔 “외부압력 장 파열”…유가족, 산재 은폐 의혹 제기

사측 “원인 규명·유가족 지원”

설 명절을 앞둔 지난 2일 “맛있는 거 많이 하자”며 아내에게 돈을 주고 출근한 포스코 노동자 김모씨(53)는 끝내 퇴근하지 못했다. 토요일에도 출근해 인턴사원에게 장비 운전교육을 실시하던 김씨는 이날 오후 숨을 거뒀다.

포스코는 당초 “산업재해의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입장이었지만, 유가족에게 전달된 경찰의 부검 결과는 직접적 사인으로 “외부 압력에 의한 장간막 및 췌장 파열로 인한 과다 출혈”을 꼽았다. 유가족과 노조는 사측의 산재 은폐 의혹을 제기했고, 포스코는 “사실을 왜곡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반발했다.

10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이 확보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포항지청의 ‘사고 조치 현황’과 포스코의 ‘직원 사망 속보’ 자료를 종합하면, 포스코의 사고 대처에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는다.

핵심은 포스코가 김씨의 사망사고를 산재가 아닌 개인 질병으로 추정한 경위다. 포스코는 2일 밤 ‘직원 사망 속보’에 “포항지청 근로감독관의 현장 확인 결과 산재 흔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적었다. 고인의 시신에서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사고 당시 설비 가동도 중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포항지청은 “현장 조사 시에 근로감독관이 산재가 아니라는 말을 한 적은 없고, 부검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에게 사고 발생 사실이 전달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다. 유가족은 김씨가 쓰러진 채 발견된 지 1시간20분 만에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의 회사 동료로부터 사고 소식을 전달받았다. 사내 안전담당자 등을 통한 공식 통보가 아니었던 셈이다. 오후 7시쯤 의사의 사망 판정 이후에도 유가족은 사망 경위에 대해 듣지 못했다. 유가족은 3일 새벽 3시쯤에야 회사에서 작성한 사건 경위서를 받아봤다. 유가족은 “심근경색이 추정된다고 경위서에 써 있었다”고 말했다.

당초 유가족은 ‘타살이 의심되지 않는다’는 경찰과 회사 측의 설명에 따라 부검을 진행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시신에서 멍자국이 발견되면서 부검을 신청했다.

유가족은 “회사의 말이 자꾸 바뀌니 의심스러운 곳이 많다”며 “사외 119에는 1시간 뒤에나 신고가 이뤄지고, 사내 119는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만 하는 등 초동대응도 미숙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사망사고의 원인 규명과 유가족 지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부검 결과에 따라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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