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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후보 마감 이틀 남기고 '치킨 게임'으로 치닫는 한국당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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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연기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2ㆍ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심재철ㆍ정우택ㆍ주호영ㆍ안상수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5인은 10일 여의도 메리어트호텔에서 회동을 갖고 “2ㆍ27 전대는 2주 이상 연기돼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12일에 후보 등록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선 일정도 전면 중단했다.

홍준표 전 대표도 이날 회동엔 불참했지만, 보이콧 행렬에 동참했다. 홍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대 후보 6명과 함께 전대 보이콧에 동참한 바 있고, 이유도 이미 밝혔기 때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더 이상 전대 관련으로 내 이름이 거론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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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당권 출마를 선언한 안상수 의원(왼쪽부터), 오세훈 전 서울시장, 주호영, 심재철 , 정우택 의원이 10일 오전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긴급 회동을 한 뒤 공동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화 통화로 의견을 같이한다고 밝혀 공동 입장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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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이들은 27~28일 예정된 북미회담과 전당대회가 겹친다는 점을 들어 연기를 요구해왔다. "룰 미팅도 한번 가지지 않고, 특정인을 추대하는 전당대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불만도 공공연히 토로했다. 당 지도부가 전당대회 연기 불가 사유로 내세운 장소 대관 문제에 대해서도 이들은 “장소 확보가 어렵다면 여의도공원 등 야외라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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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31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당 대표 출마 소감을 말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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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당 선관위는 요지부동이다. 선관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제1야당의 당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일정이 흥행을 이유로 연기된다는 것은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들의 요구를 일축했다. 또한 “전대 개최 시기 변경 관련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각 후보자 대리인으로부터 요청사항을 충분히 청취했고, 예정대로 진행할 경우와 미북 정상회담 이후로 연기할 경우의 장단점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병준 비대위원장도 “당으로선 이 결정을 양보할 수 없다”라며 “후보들의 편의 문제보다는 공당으로서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비대위의 임무이자 의무”라고 밝혔다.

이에 오 전 시장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정 후보의 책임당원 자격을 원칙 없이 부여했던 비대위와 선관위가 공당 운운하며 원칙을 얘기한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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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용 자유한국당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오른쪽 둘째)이 8일 오후 국회에서 선관위 회의를 마치고 전당대회 일정을 연기하지 않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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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등록 마감(12일)을 이틀 남겨둔 상황에서 6명의 후보와 당 선관위가 '보이콧'과 '원칙 고수'로 맞서면서 한국당 전당대회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황으로 접어들게 됐다. 당장 한국당 지도부는 비상이 걸렸다. 각 후보 측에 접촉해 전당대회 복귀 설득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당 선관위가 일정 고수를 천명한 만큼 "TV 토론회 횟수 증가 등 세부적인 룰 조정 정도로 과연 6명을 복귀시킬 명분이 줄 수 있겠는가"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또한 일각에선 "황교안 1강 구도로 레이스가 진행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약해진 홍 전 대표와 오 전 시장 등 6인이 북미회담을 빌미로 경선 보이콧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쓰고 있다"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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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전 총리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뒤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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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당 지지율 상승과 함께 보수진영 유력주자가 총출동하는 '미니 대선급 경선'이 될 것으로 예견됐던 한국당 전당대회는 보수성향이 강한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만 등장하는 양자 대결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황 전 총리는 9일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양보할 수도 있지만, 당에서 정한 결정을 따라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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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10일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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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원도 정치적 입지를 올릴 수 있는 기회다.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이인제, 한화갑이 빠지며 ‘경선 지킴이’로 정치적 입지가 부상했던 정동영 평화당 대표와 비슷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9일 입장문을 내고 “멋지게 경쟁해보자. 그만 징징거리고 들어오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유성운·김준영 기자 pirate@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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