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18 (수)

[영화 리뷰] `증인`,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상에는 크게 두 종류의 영화가 있을 것이다. 보고 나오는 순간 물기가 증발하듯 금세 잊혀지는 영화, 보고 난 뒤에도 도무지 잊힐 수가 없는 영화.

전자는 대개 인스턴트 식품과도 같아서 먹을 땐 맛있지만 먹고 난 뒤에 남는 건 없다. 후자는 다르다. 오랜 기간 '나'와 함께 한 생애를 살아가면서 부박한 내면을 조금씩 살찌워준다. 그런 영화를 우리는 '영혼의 동반자'쯤 불러도 좋을 것이다.

'증인'(감독 이한)은 후자다. 이 영화를 보는 당신은 어쩔 도리 없이 여러 번 목이 멜 것이다. 보고 난 뒤엔 자폐아 지우(김향기)가 건넨 물음 때문에라도 다시금 망연해질 것이다. 지우는 묻는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 입니, 까?"

변호사 순호(정우성)를 향한 물음이지만, 저 물음의 대상은 우리 자신이기도 하다. 정면 클로즈업으로 담아낸 지우의 무구한 눈빛은 그를 마주한 우리 각자에게로 향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증인'은 저 물음 하나를 위해 만들어진 영화라 해도 무방하다.

그럼 지우는 왜 더듬 더듬 이 같은 물음을 건넨 것일까. 지우는 살인 현장의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증언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장애아라는 것이다. 그러니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는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잣대가 얼마나 위선적이며 폭력적인지를 드러낸다. 그러면서 묻는다. 정말 아픈 건 소녀가 아닌 편견 가득한 우리가 아니냐고.

지우 얘기를 들어주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순호다. 그는 민변 출신의 대형 로펌 변호사다. 살인 용의자를 변론해야 하므로, 그는 지우를 법정에 세우려 한다. 지우의 증언이 신뢰할 수 없음을 입증한다면 용의자는 무혐의 처리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우에게 다가가는 순호의 시선이 주를 이루되, 이따금 지우의 시선으로 내려온다. 순호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지우의 높낮이로 이해해 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타인이라는 거울에 비친 자신이 좋은 사람인지를 자문해 보라는 것이다. '돈의 논리'에 물들어 가던 순호가 점차로 각성하는 것도, 지우의 증언이 '참'임을 양심껏 입증해주는 것도 이 물음 앞에서 크게 무너진 다음이다.

'증인'의 플롯은 섬세하고, 연기는 사려 깊다. 변호사 순호가 매우 논리적인 사람이듯 이 영화 짜임새도 논리적으로 빈틈이 없다. 지우를 만나고 그의 증언이 입증되기까지 과정이 비약 없이 서술된다. 정우성과 김향기의 진정 어린 연기 또한 두말할 나위 없다.

좋은 사람이 좋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좋은 영화가 많아질수록 세상도 조금 더 나아질 것이다. '증인'은 이 단순한 진리를 굳게 믿는 영화다. 13일 개봉.

[김시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