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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햄릿`은 셰익스피어 아들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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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셰익스피어의 '햄릿(Hamlet)'은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다. 1200년께 덴마크 학자 삭소 그라마티쿠스가 쓴 데인족 역사에는 유틀란트의 왕자 암레트의 이야기가 나온다. 왕의 동생 펭기가 형을 질투해 죽이고 아내 게루트를 탐하고 왕위까지 쟁탈하는 이야기. 펭기의 조카 암레트는 암살을 모면하려 미친 척하다가 극적으로 복수에 성공한다. 이 이야기는 1570년 프랑스어로, 1608년 영어로 번역됐다. 1600년께 쓴 '햄릿'이 삭소의 이야기 불역본을 참고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기묘한 사실이 있다. 셰익스피어는 실제로 햄닛(Hamnet)이라는 아들을 뒀다. '햄릿'을 쓰기 4년 전 사망한 자신의 아들 이름을 희곡의 제목에 썼다는 건 합리적인 추론이 될 수 있다.

고전문학 제목에 숨겨진 비밀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영국의 문학 칼럼니스트이자 전방위적 지식인으로 불리는 게리 덱스터의 '왜 시계태엽 바나나가 아니라 시계태엽 오렌지일까?'(현대문학 펴냄)다. '50가지 제목으로 읽는 문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기원전 380년께 고대 그리스 고전부터 1990년대 미국 베스트셀러까지, 50편의 책 제목에 얽힌 비밀을 풀어내는 유쾌한 문학 에세이다.

실존 인물에 근거했다는 설이 제기되는 '프랑켄슈타인'의 기원에 대해서는 메리 셸리가 유부남이었던 퍼시 셸리와 도피 여행을 떠났을 때, '프랑켄슈타인성' 근처에 머물렀음을 알려준다. '고도를 기다리며'만큼 유명한 희곡도 드물 것이다. '고도'의 기원에 대해서는 발자크의 잘 알려지지 않은 희곡인 '중개인'의 한 인물 이름인 고도에서 따왔다는 가설도 소개된다. '중개인'은 193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베케트가 각별히 좋아한 배우 버스터 키튼이 출연했다. 고로 베케트가 이 작품을 만났을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말이다.

이 밖에도 저자 멜빌은 왜 제목을 '고래'에서 '모비딕'으로 바꿨는지, '1984'라는 숫자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 건지, 헤밍웨이가 다시 떠오르길 간절히 바랐던 '태양'은 무엇인지 문학사의 오래된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 준다. 짧은 분량의 글이지만, 탄탄한 검증을 바탕으로 했다. 제목의 비밀을 통해 광활한 문학의 세계로 안내하는 '짧게 쓴 문학사전'라고 해도 손색이 없겠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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