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추가 폭로를 했다. 그는 “청와대는 제가 경찰청에 찾아가 제 지인이 수사받는 사건을 조회했다며 감찰을 했으나, 진행 중인 수사 상황을 불법조회한 것은 제가 아니라 청와대”라고 주장했다.
특검의 수사 내용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이는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고, 지시 사항은 ‘드루킹이 60기가 분량의 USB를 특검에 제출했다’는 기사가 맞는지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다고 김 전 수사관은 설명했다. 그의 변호인인 이동찬 변호사는 이날 폭로 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에도 공익을 목적으로 신고한 사안이라고 했다.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지난달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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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은 2018년 7월 25일 오전 11시 11분 이인걸 특감반장이 자신을 포함한 검찰 출신 특감반원 4명에게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언론기사 링크를 올렸다고 했다. 이어 “그 기사는 드루킹이 60기가 분량의 USB를 특검에 제출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이인걸 반장은 ‘이게 맞는지, USB에 대략 어떤 내용 있는지 알아보면 좋겠는데’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 반장 지시가 있은 지 13분 후인 지난해 7월 25일 오전 11시 24분, 당시 박모 특감반원은 “USB 제출은 사실이고, (그 USB 자료의 내용은) 김경수 지사와의 메신저 내용을 포함해 댓글 조작 과정이 담긴 문건”이라고 텔레그램을 통해 보고했다고 김 전 수사관은 밝혔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등 비위 의혹을 제기한 김태우 전 특감반원이 지난 1월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찾아 청와대 및 여당 정치인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검찰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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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은 텔레그램을 통한 당시 지시 및 보고내용은 자신의 휴대폰에 보존돼 있다며 “청와대에서 드루킹 특검의 수사 상황을 가장 궁금해했을 사람은 누구였을까. 저는 알고 있지만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특감반원이 수사상황을 특검에 알아보고 상부에 보고했다고 한다”며 “그 '상부'가 누구인지 우리는 안다. 조국 민정수석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을 소환조사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에는 한국당 안상수 의원과 김용남 전 의원,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 등도 나왔다.
이밖에 김 전 수사관은 청와대 ‘윗선’에 의해 현 부산시 경제부시장인 유재수 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국장의 비리 의혹도 무마됐다고 주장했다. K모 자산운용사가 420억원 상당의 펀드 운용사로 선정되도록 우정사업본부 등에 유 전 국장이 압력을 행사했다며, 이는 유 전 국장 휴대전화 자료로 확인됐다는 게 김 전 수사관의 주장이다.
또 “유 전 국장은 특감반에서 조사받을 때 IBRD(세계은행) 근무 당시 만들었던 해외계좌에서 자녀 유학비를 송금해줬다고 진술했다”면서 해당 조사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사표만 받고 오히려 민주당 전문위원과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했다고 김 전 수사관은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징역형이 확정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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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수사관의 추가 폭로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해왔던 청와대는 이날도 별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편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청와대로부터 고발당한 김 전 수사관은 오는 12일 수원지검에 출석할 예정이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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