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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왜 아시아는 화웨이를 끊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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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국가들 여전히 화웨이 선호…
트럼프 '화웨이 금지' 행정명령으로 압박 수위 높일 듯]

머니투데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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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연일 중국 최대 통신장비기업 화웨이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 사용금지 행정명령 서명까지 준비 중이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화웨이를 사용하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BBC는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5G(5세대 이동통신) 테스트 통신장비 주요 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는 미국의 화웨이 제재 압박이 아시아권에서는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태국은 지난 7일 5G 테스트 장비로 화웨이 제품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CNBC는 미국의 오랜 동맹인 태국이 동남아 최초로 화웨이 5G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친미 성향 국가였던 필리핀 역시 통신사업 만큼은 화웨이와 함께하고 있다. 필리핀 주요 통신사업자인 글로브 텔레콤은 2011년부터 화웨이와 네트워크망 구축 등 돈독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고, 5G 서비스 테스트 역시 화웨이에 맡길 예정이다.

이밖에 말레이시아의 민간 통신사업자들도 화웨이와 5G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고, 싱가포르 주요 통신사업자인 M1도 화웨이와 5G 서비스 테스트에 돌입했다. 싱가포르 규제 당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통신보안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배제보다는 "특정회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미국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중국의 영향력에 아래 놓여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도 일대일로 참여국을 중점적으로 공략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의 보이콧 바람을 피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대형 IT(정보통신) 기업들까지 나서며 데이터센터, 연구센터 등 막대한 자금을 이들에게 투자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 제품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화웨이의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점도 영향을 준다. 화웨이는 5G 분야에서는 경쟁사 대비 기술력이 1년 정도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데다가 장비 가격도 경쟁사보다 1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보이콧 바람이 아시아권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오는 25~28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는 미국의 화웨이 압박 성과를 판가름할 장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압박 강화에 나선다. 7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화웨이 등 중국업체의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사절단도 꾸려 MWC에서 세계 통신사업자들을 상대로 화웨이 보이콧 동참을 선전할 계획이다. 사절단에는 아지트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을 비롯한 20여명의 고위급 관리가 포함될 예정이다. 사실상 전세계에 화웨이를 쓰지말라고 선포하는 셈이다.

미국이 통신보안을 이유로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를 요청하면서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이 이에 동참한 상황이다. 아시아 국가 중 정부 차원에서 화웨이 장비 배제를 선언한 나라는 일본이 유일하다. 대만도 최근 화웨이 사용금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유럽에선 화웨이 스파이 체포 논란이 불거지는 등 보이콧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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