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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응급의료 구축 뜻 받들겠다"…하늘로 임지 옮긴 아틀라스 故윤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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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10일 생전 일하던 국립중앙의료원서 영결식

이국종 "아틀라스 같은 존재, 닥터헬기에 이름 새길 것"

"응급의료체계 구축 뜻 받들겠다"…후학들 `다짐`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국가유공자 지정 추진

이데일리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엄수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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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조해영 기자] “저희가 선생님이 마련해주신 헬기를 타고 응급환자를 위해 가파르게 상승해 올라갈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고 하늘에서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곧 비행 올라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지난 4일 숨진 고(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고인이 일하던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연구동 대강당에서 열렸다. 영결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동료들은 갑작스러운 사망에 슬퍼하는 한편 한국의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했던 고인의 뜻을 받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실 것만 같아”…가족·동료 오열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고인의 영결식에는 시작 전부터 좌석 200여 석이 꽉 들어찼다. 영결식 시작을 앞두고 입장하던 고인의 어머니가 끝내 오열하자 좌석은 물론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서 있던 이들도 눈물을 훔쳤다. 고인의 어머니는 입장한 후에도 “아이고 아들아” “내 새끼 죽이지 마라” 등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영결식은 고인에 대한 묵념과 약력보고, 추도사 순서로 진행됐다. 묵념이 시작되자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훌쩍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도사는 고인의 동료와 유가족 등이 맡았다. 추도사를 맡은 이국종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은 고인을 그리스·로마 신화 속 인물인 `아틀라스`에 비유했다. 이 센터장은 “한반도 전체를 털어도 선생님처럼 두려움 없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헤쳐나갈 사람은 없다”며 “아틀라스는 지구 끝에서 손과 머리로 하늘을 떠받치는 형벌을 받고 있는데 그 덕분에 우리는 하늘 아래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부학에서 아틀라스는 제1번 경추의 이름으로 무거운 하중을 견뎌내는 아틀라스 덕분에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세상을 버텨갈 수 있다”며 “비록 사람들은 아틀라스의 존재를 모르지만 아틀라스는 언제나 무심히 버텨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센터장은 “선생님께선 지상에서의 근무를 마치셨지만 앞으로 저희가 선생님이 마련해주신 닥터 헬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갈 때 저희와 함께 해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기체에 선생님의 존함과 콜 사인(Call sign)인 아틀라스를 새기겠다”고 다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고인과 가까이 일했던 윤순영 재난응급의료상황실장은 “당신이 돌아가신 명절 연휴가 저희에게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만 같다”며 “이 연휴가 언젠가 끝나면 어디선가 다시 나타나실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윤 실장은 “선생님은 입버릇처럼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이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 천명이 죽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며 “빈 자리가 크겠지만 그의 뜻을 받들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유가족 대표로 추도사를 맡은 장남 윤형찬씨는 “함께 한 시간은 적었지만 진심으로 사랑한다”며 “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길 바라는 아버지의 꿈이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겠다”고 말했다. 고인은 1시간 가량 영결식을 마친 뒤 국립중앙의료원 곳곳을 둘러봤다. 장지는 경기 고양시의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다.

◇응급의료 위해 전방위 활동…복지부, 국가유공자 추진

앞서 고인은 지난 4일 설 연휴 중 근무를 하다 심정지 상태로 센터장실에서 발견됐다. 이틀째 연락이 닿지 않아 병원을 방문한 가족들이 고인을 발견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생전 고인은 국내 응급의료체계 구축을 위해 전방위로 활동해왔다. 고인은 전남대 의대를 졸업한 뒤 응급의학과라는 이름조차 생소하던 때 전남대에서 제1호 응급의학과 전공의가 됐다. 2012년부터는 중앙응급의료센터장으로 일하며 △응급의료 전용 헬기 도입 △국가응급진료정보망 구축 △응급의료이송정보망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특히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은 물론 응급의료기획연구팀장, 응급의료평가질향상팀장까지 겸임했던 그는 환자 진료를 보지 않는데도 일주일에 한 두 번씩만 집에 들렀다. 24시간 내내 응급상황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을 내렸고, 2300여억원에 이르는 응급의료기금 확보를 위해 세종시 기획재정부와 여의도 국회를 바쁘게 찾아 다녔다.

전남대 의대에서 응급의학과 수련을 함께 한 허탁 전남대 의대 교수는 이날 ”1990년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밤새 환자를 돌보며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측은지심이 윤한덕의 시작이었다“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발을 디딘 이후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고 추모했다. 고인은 센터장으로 근무하면서도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당직근무를 자처하며 현장업무를 수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복지부는 고인을 국가유공자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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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발인이 엄수된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고인의 어머니가 오열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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