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1 (토)

터키가 중국 인권 문제 강력 비판한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터키 정부 “위구르족 100만 가둔 수용소 폐지하라”

“위구르인들에 대한 체계적 동화 시도는 인권 모욕”

위구르족 유명 시인 옥사한 것으로 알려지자 반발

위구르족과 종교·혈연·문화적 동질성에 적극 목소리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터키 정부가 중국의 위구르족 집단 수용소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면서, ‘직업 교육’을 핑계로 위구르족을 대규모로 구금하는 중국의 입장이 더 난처해졌다.

<에이피>(AP) 통신은 하미 악소이 터키 외무부 대변인이 9일 성명을 통해 중국 정부가 위구르인들을 집단 수용소에 가두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악소이 대변인은 “중국 당국의 튀르크계 위구르인들에 대한 체계적 동화 정책은 인도주의에 대한 큰 모욕”이라고 했다.

악소이 대변인은 “자의적 체포의 위협을 받는 튀르크계 위구르인 100만명 이상이 집단 수용소와 감옥에서 고문과 세뇌에 노출된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구금되지 않은 위구르인들도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유엔과 국제사회는 중국에서 일어나는 비극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터키 정부가 중국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중국 북서부 무슬림 지역인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무슬림들이 대규모로 구금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 문제는 지난해부터 유엔과 미국 등이 본격적으로 제기해왔다. 유엔 인권 패널은 100만명 이상이 ‘재교육 캠프’에 수용됐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애초 이를 부인하다가, 일부 위구르인들이 ‘직업학교’에서 교육받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테러에 대비한다는 이유로 신장 지역에 첨단 감시 장비들을 집중 배치하기도 했다.

터키인들은 위구르인들이 무슬림들일 뿐 아니라 자신들과 혈연적, 문화적으로 가깝다고 여긴다. 신장위구르자치구와 터키는 4000㎞나 떨어져 있다. 그러나 터키인들은 고대 동아시아에서 돌궐족으로 불리던 튀르크인들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현재의 터키에 정착했다고 본다. 양쪽은 언어도 가깝다. 중국에서 탄압받는 위구르인들이 터키로 망명하는 경우도 있다.

위구르족 시인 압두레힘 헤이트가 최근 수감 중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터키 정부를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국제앰네스티는 중국에서 위구르족 전통 현악기 연주자로도 유명한 그가 최근 사망했다고 밝혔다. 위구르족 조상들을 찬양하는 그의 노래 가사에 “전쟁의 순교자들”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게 구금 이유라는 추측이 나온 바 있다. 악소이 대변인은 “8년형을 선고받은 위대한 시인 헤이트가 수감 2년째에 숨졌다는 매우 슬픈 소식을 들었다”며 “이 비극적 사건은 신장 지역의 심각한 인권 침해에 대한 터키인들의 반발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과 터키 정부는 비교적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터키 쪽은 위구르족 인권 문제만큼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총리 시절이던 2009년 신장에서 위구르족과 한족의 충돌로 150여명이 숨지자 “집단 학살”이라고 비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