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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따뜻한 겨울' 붐비는 스키장들, 웃지 못하는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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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눈·비 없고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에도 스키장 입장객 작년 수준 …수익성 악화는 고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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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5일 스키어들이 강원 홍천 비발디파크 스키월드에서 스키를 즐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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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 눈도 내리지 않는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키장을 찾는 스키어들의 발걸음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설이나 한파에 비해 다소 따뜻한 날씨에 스키장을 찾는 발걸음이 늘기도 한다는 것. 하지만 온화한 겨울을 바라보는 스키장의 속내는 그리 밝지 않다.

10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의 평균 기온은 0.7℃로 전년 -1.1℃에 비해 따뜻하다. 특히 건조한 날씨가 지속된 이번 겨울은 지난해와 달리 눈과 비를 보기 어렵다.

따뜻한 날씨에도 올해 스키인파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스키장 입장객은 47만명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5000명 감소한 규모지만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이 8000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평년과 큰 차이가 없다. 경기도 광주 곤지암리조트도 지난해처럼 주말 하루 평균 7000명 수준의 입장객 수를 유지 중이다.

오히려 입장객이 늘어난 곳도 있다. 강원도 평창 용평리조트에 따르면 올 1월 스키장 이용객은 9만9000여명을 기록했다. 9만4000여명이 방문한 지난해 1월보다 입장객 수가 5% 증가했다.

스키 업계는 눈과 비가 내리지 않는 날씨가 스키장 운영에 일부 긍정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한다. 서울을 비롯, 도심과 거리가 먼 스키장 특성 상 대설이 내리면 방문 자체가 힘들다는 것. 스키장 관계자는 "폭설이 내리면 스키어들이 먼 곳에서 오기 힘들고 비가 오면 아예 스키를 타기 어려워 입장객이 줄어든다"며 "눈이 오지 않아 다행스러울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공제설에 따른 설질 저하와 비용 증가는 스키장의 고민거리다. 자연설이 섞이지 않은 딱딱한 인공설은 스키어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일부 스키어들이 최근 양질의 설원에서 스키를 즐기기 위해 일본이나 유럽 등 유명 스키장으로 원정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실제 하이원리조트는 스키장 개장 후 지난 7일까지 58만톤의 인공 눈을 만들어 슬로프를 덮었다. 지난해보다 2만톤이나 늘어난 물량이다. 리조트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하면 눈이 금새 녹아 설질이 안 좋아진다"며 "녹은 눈을 재빨리 덮기 위해 제설 물량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인건비를 비롯, 인공제설 확대를 위한 각종 비용 증가도 스키장 운영에 걱정거리다.

장기적으로는 따뜻한 겨울이 스키 레저활동 감소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스키장 방문객은 435만명으로 2008년 660만명을 기록한 이후 10년째 하락세다. 스키업계 관계자는 "경기 악화와 실내 즐길거리 성장으로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스키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라며 "당장은 아닐지라도 눈 내리지 않는 겨울이 이어지면 스키장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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