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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특파원 24시] 폭죽 소리 사라진 베이징 춘제 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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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해 춘제 연휴 때 중국의 한 지방도시에서 폭죽놀이를 즐기는 모습. 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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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들은 예로부터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아 폭죽놀이를 무척 즐긴다. 명절 때는 물론이고 결혼식이나 생일잔치를 할 때도 그렇다. 특히 진정한 한 해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춘제(春節ㆍ음력 설) 당일이나 바로 전날인 음력 섣달 그믐날엔 대륙 전체가 폭죽소리에 경기를 일으킬 정도다. 한달치 월급을 폭죽 구매에 쓰는 직장인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올해 춘제 연휴(4~10일) 기간에 베이징(北京)을 비롯한 상당수 지역에선 폭죽 소리를 거의 들을 수 없었다. 공기질 악화의 주범 중 하나로 꼽혀 온 폭죽의 판매에 중국 정부가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그간 폭죽의 생산ㆍ운송을 대폭 제한한 규정을 만들어 놓고도 실제 적용엔 소홀했던 중앙정부가 판매점을 허가제로 전환한 데 이어, 대대적인 단속에도 나선 것이다. 베이징시정부는 폭죽을 구매할 때 신분증 제시를 의무화했고 구매 가능일자도 1월 30일~2월 9일로 제한했다. 특히 시내 중심부로 한정했던 폭죽놀이 금지 구역을 대폭 넓혔다. 톈진(天津)ㆍ충칭(重慶)을 비롯한 499개 도시에선 폭죽놀이가 전면 금지됐다. 물론 올해에도 일부 지역에선 폭죽놀이로 인한 대기오염이 발생했지만 오염 정도는 예년보다 훨씬 덜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사실 중국에서 폭죽으로 인한 미세먼지 발생은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 생태환경부에 따르면 폭죽 금지가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2016년 춘제 전날엔 오후 6시까지 20㎍/㎥ 안팎이었던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오후 10시쯤부터 높아지기 시작하더니 춘제 당일 오전 2시를 전후해선 700㎍/㎥까지 치솟았다. 지난해에도 섣달 그믐밤부터 춘제 당일까지 183개 도시의 PM2.5 농도가 100㎍/㎥을 넘었고 이 중 62개 도시에선 500㎍/㎥를 초과했다.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환경감측센터의 실험에선 2,000발짜리 폭죽 한 상자를 터뜨리자 90㎍/㎥이던 PM2.5 농도가 순식간에 9,200㎍/㎥를 넘어서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폭죽을 터뜨릴 경우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매캐한 연기와 함께 대기오염 지수도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는 것이다.

폭죽 불씨가 사방으로 튀면서 화재사고도 자주 발생한다. 베이징에서만 지난 10년간 폭죽놀이로 인해 발생한 화재가 2,000건을 넘었을 정도다. 인명피해도 적지 않다. 지난해엔 윈난(雲南)성에서 한 남성이 폭죽을 터뜨리는 순간 폭발이 일어나 4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으며, 산둥성의 폭죽 판매점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사망했다. 폭죽 금지 조치를 엄격히 시행한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광시(廣西)장족자치구에선 지난 5일 무허가 폭죽 판매점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5명이 숨졌다.
한국일보

지난해 정월대보름에 쓰촨성의 한 방송탑에서 진행된 레이저를 활용한 대규모 전자폭죽쇼. 봉황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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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폭죽놀이를 엄격히 제한하자 그 대안 중 하나로 떠오른 게 전자폭죽이다. 명절이나 기념일을 떠들썩하게 보내는 데 익숙한 중국인들의 정서를 충족하기 위해 대기오염도 없고 화재 위험으로부터도 안전한 신상품이 등장한 것이다. 꽃이나 동물 모양 등 형태가 다양하고 음악이 나오는 제품도 있어 젊은층 사이에선 상당한 인기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때는 쓰촨(四川)성의 고층 방송탑에서 레이저를 활용한 대규모 전자폭죽쇼가 벌어지기도 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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