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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3 (수)

“미안하고 고마운 용균아, 하늘나라에서 막국수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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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9일 서울에서 고 김용균씨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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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균이와 보쌈을 먹으러 갔을 때, 용균이가 막국수도 먹자고 했지만 배가 불러 못 사줬어요. 이제 용균이는 이승을 떠나가지고…. 하늘나라에서 막국수를 사주고 싶어요.”

ㄱ씨(26)는 고 김용균씨와 같은 현장에서 3개월 정도 함께 일했다. 학교 선후배 사이인 것을 알게 돼 더 가까워졌고, 함께 피씨방을 가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고 김용균씨가 홀로 야간 근무를 서다 기계 사이 몸이 끼어 숨지는 사고를 당한 후 ㄱ씨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고인의 시신을 냉동고에 임시 안치한 채 약 두 달이 흘렀고, 정부는 최근 후속 대책안을 내놓았다. 10일 ㄱ씨는 “용균이에게 고맙다. 마음 속으로 항상 기억하면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전노동자 ㄴ씨(26)는 “용균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정규직이 되면 좋을 텐데. 아쉽다. 최대한 현장에서 협조해 진상 규명이 이뤄져 용균이의 억울함을 완전히 풀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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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의 영결식에 참석한 유가족과 각계 인사 및 시민들.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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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과 충남 태안에서 민주사회장으로 진행된 고 김용균씨의 영결식에는 각계 인사와 시민 약 3000명이 모였다. 이들은 고 김용균씨의 죽음 이후 달라진 점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위험 작업의 하도급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것, 공공기관 연료·환경설비 운전 부문의 정규직화 방안이 발표된 것 등을 꼽았다.

고 김용균씨 사망 이후 한국 사회엔 ‘위험의 외주화’로 대표되는 하청 노동의 구조적 문제가 대두됐고, 2인1조 근무 원칙 등 안전을 위해 기본적인 요건까지 갖춰지지 않은 작업장의 열악한 현실이 고발됐다. 정부는 앞으로는 공공기관 작업장에서 중대 재해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관장에게 엄중 책임을 묻고, 노·사·전 통합협의체를 구성해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소 진상규명위원회 역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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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고 김용균씨의 영결식에 참석한 어머니 김미숙씨.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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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의 장례위원장을 맡았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64)는 지난 9일 발인사에서 “김용균 동지의 삶과 죽음 그 자체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김용균 동지의 희생을 계기로 우리 사회는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라는 악순환의 사슬을 끊는 중대한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숨진 아들에 보내는 헌사에서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너를 오랫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씨의 유해는 전태일 열사 등의 묘소가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됐다.

김서영·이효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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