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최적화된 생명체 원리 모방한 '생체모방형 로봇' 연구 활발
재난, 군사, 환경 등 분야서 최적화된 능력 발휘…일본 뱀 로봇 '스코프', 재난 현장서 생존자 구조 등에 활용
독일 페스토(FESTO)의 갑오징어 로봇. 사진=페스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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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2만여 명의 사상자와 천문학적 재산 피해를 남긴 지난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 당시 대재난의 한가운데에서 잔해 더미 깊숙한 곳에 숨겨진 생존자를 찾아내기 위해 출동한 특별구조대가 있었다. ‘스코프(Scope)’란 이름의 이 특별구조대는 일본 도호쿠 대학에서 개발한 뱀 모양의 탐사로봇이었다. 전체 길이 약 65cm, 이동속도 82cm/s, 고해상도의 광 카메라를 머리에 탑재한 뱀 모양의 탐사로봇 ‘스코프’는 지난 2007년 미국 잭슨빌에서 있었던 건물붕괴 사고 때도 잔해 속 7m 깊이까지 파고 들어가 매몰자들의 영상을 외부로 전송해 많은 생명을 살리기도 했다.
자연에서의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자신의 환경에 최적화 돼 있다. 바로 그 우수한 적응의 원리를 생명체에서 모방해 로봇의 동작을 획기적으로 개선시키려고 하는 연구는 ‘생체모방형 로봇(Bio-mimetic Robot)’ 개발을 이끌고 있다.
앞서 말한 뱀 로봇은 대표적인 생체모방형 로봇이다. 여러 개의 작은 모듈을 연결하는 형태를 통해 뱀처럼 좁은 길을 갈 수도 있고 평지를 갈 때는 고리 모양으로 변신해 바퀴처럼 빠르게 굴러갈 수도 있다. 쉽게 말하자면 생태모방형 로봇이란 자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진화한 로봇인 셈이다. 크고 작은 각종 동물은 물론 식물까지 생태모방형 로봇의 모방 대상에 포함되며 이들 로봇들은 재난, 군사,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화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생태모방형 로봇 중 지상 로봇의 경우 다리 수 만으로 살펴봐도 다리가 4개인 포유류를 모방한 4족로봇, 6개인 곤충로봇, 8개인 거미로봇, 그보다 더 많은 다리를 가진 지네류를 모방한 다족형 로봇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이 같은 로봇들은 인간보다 빨리 달리고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각종 특수 상황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지상 뿐만이 아니라 공중에서 활동하는 새나 곤충을 본뜬 생체모방형 로봇도 있다. 이때도 단순히 새의 생김새만을 따라한 것은 아니다. 새들이 몸을 띄울 때 깃털을 한곳에 모아 부력을 극대화하는 등의 날갯짓의 원리까지 모방해 로봇을 만든다.
박쥐 로봇. 사진=ScienceNews. |
공중 생활을 하는 포유류인 박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박쥐 로봇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분야다. 박쥐의 비행 패턴과 속도는 조류와 매우 다르다. 박쥐의 날개는 몹시 유연해 날개를 완전히 뒤집어 뒤로 젖힘으로써 전진하는 힘을 얻어 수직으로 상승한다. 크기가 실제 박쥐와 비슷하고 무게는 100g도 채 나가지 않는 박쥐 로봇은 비행 속도가 실제 박쥐와 비슷해 1초에 최고 6미터 높이를 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공중 로봇들은 안전성과 소음 등에서 우수해 재난 현장이나 환경 감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수중 생물을 모방한 수중 로봇도 있다. 그 중에서 갑오징어의 유연한 지느러미 움직임을 모방한 갑오징어 로봇은 좌측에 9개, 우측에 9개의 핀이 위아래로 움직여 좌우 지느러미의 움직임을 독립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 물속에서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로봇의 눈에는 카메라가, 로봇의 머리에는 각종 센서들이 장착돼 있어 수심과 온도 등을 측정하고 실시간 영상을 사용자에게 전송할 수 있다. 수중 탐사 로봇 등 수중 로봇의 활용도 역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도움말=송현서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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