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인간, 공간…' 유바리국제영화제 개막작에
"성폭력 가해자 편에 서겠단 의지처럼 보이기까지"
"영화예술 이름에 가려진 부당한 현실 묵과 말기를"
김기덕 감독(사진=자료사진/노컷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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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가해자로 잇따라 지목돼 국내 활동을 중단한 김기덕 감독 영화가 해외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자, 이를 취소해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지난 8일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계자 여러분께'라는 제목을 단 글에서 "오늘 기사를 통해 3월 7일 열리는 제29회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으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이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운을 뗐다.
앞서 이날 언론 보도를 통해 유바리국제영화제 홈페이지에 해당 영화가 개막작으로 올라가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여성민우회는 "이 영화는 지난해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에도 세계적인 미투운동의 흐름과 맞지 않은 내용으로 냉담한 평가를 받았다"며 글을 이었다.
"김기덕 감독은 영화촬영 과정에서 '연기지도'라는 어이없는 폭행에 대해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영화제 기간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사과하지 않고 변명과 억울함을 호소해 비판받은 바 있습니다."
이어 "베를린국제영화제 이후, 한국의 시사프로그램인 'PD수첩'을 통해 다시금 고발된 김기덕 감독은 역시나 반성은 커녕 'PD수첩' 제작진과 피해 여성배우를 무고혐의로 고소했다"며 "하지만 검찰은 '취재 과정을 살펴봤을 때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제작진과 피해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여성민우회는 "김기덕 감독의 성폭력 사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에서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의 개봉이 취소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귀 영화제는 2017년 한국에서 '남배우A 성폭력사건'으로 알려진 가해자가 주연인 영화를 초청한 바 있다"며 "그런데 또다시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가해자의 편에 서겠다는 의지처럼 보이기까지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인 미투운동의 흐름 속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영화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성폭력, 인권침해의 문제에 침묵하고 가해자들을 계속 지원하거나 초청하고, 캐스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성민우회는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홈페이지를 보니 '세계에서 제일 재미있는 영화제'(世界で一番、楽しい映画祭)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며 아래와 같이 요구했다.
"영화계 내 성폭력에 대한 문제제기를 외면하는 것은 전혀 재미있지 않습니다. 김기덕 감독 영화 개막작 초청을 취소해주십시오. 영화예술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진 부당한 현실을 묵과하지 말고,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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