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인력 대규모 경력채용
업계, 인재 이탈 우려에 초긴장
“성과급 더 주겠다” 몸값 치솟은 배터리 인재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SK이노베이션 경력직 지원 자격 조건이 '해당분야 경력 5년 이상'이던데, 만 3년인 제가 지원해도 될까요? 현직자 답변 부탁드려요”
"내부적으로도 이번에 대거 채용이 이뤄진다는 얘기가 있으니 일단 한번 지원해 보세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인력 경력채용에 나서자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연일 화제다. 사업 특성상 인재풀이 한정적인 배터리 분야에서 ‘경력채용’이란 결국 각 사의 인재유출로 이어지는 탓이다. 배터리 사업 후발주자로 가장 공격적인 투자·채용을 하고있는 SK이노베이션이 대규모 경력채용에 나서자 관련직종 종사자는 물론, 경쟁사들도 치열한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그야말로 핵심인재를 둘러싼 뺏고 빼앗기는 전쟁이다.
인재들이 업계 1위인 LG화학이 아닌 SK이노베이션의 경력채용에 술렁이는 이유는 매력적인 보상체계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18년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아직 흑자전환하지 못한 배터리사업을 포함해 전 사업부문에 월 기본급의 85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경력사원 채용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것이 김준 사장님의 경영철학”이라며 “비록 4분기 들어 업황이 부진해 지난해 1000%보다 줄어든 규모지만, 배터리 등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등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대한 구성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차원”이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LG화학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올해 전지부문의 성과급을 대폭 늘렸다. 그동안 LG화학 전지부문은 실적 호조에 성과급 잔치를 벌인 기초소재부문과 비교해 연봉이 30~40%가량 적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는 전지부문이 월 기본급의 최대 500%를 성과급으로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기초소재 300% 보다 높은 수준으로, 역대 전지부문 성과급 중 최대 규모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전지부문의 흑자전환을 이룬 LG화학이 아직 동종분야 흑자전환에 못미친 SK이노베이션보다 성과급 규모가 적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인력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에도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 인력들이 SK이노베이션으로 대거 이직한 전례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배터리 인력 유치 경쟁이 치열한만큼 처우가 나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빈번한 일”이라며 “인력의 유출입 규모를 밝히고 있지않아 정확한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경쟁사 경력채용이 떴다하면 00명 채용에 000명이 몰리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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