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백신이 자폐증 유발' 거짓 정보 여전히 돌아
과학계, "조작된 연구결과 이미 끝난 논쟁"
백신 예방율 95% 이상…안 맞을 이유 없어
홍역으로 인한 발진. 홍역은 기침이나 재채기로 퍼지며 면역이 불충분할 경우 감염률은 90%가 넘을 만큼 강력하다.(사진=미국질병관리본부 제공) |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사라진 줄 알았던 홍역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발생한 홍역 건수는 8만 2596건으로 전년대비 3배 이상 늘었다. 홍역으로 인한 사망자수도 지난해 72명으로 전년(42명)보다 크게 늘었다. WHO는 지역별로 큰 예방접종률 편차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WHO 유럽사무소가 관할하는 53개 국가 중 홍역이 가장 많이 생긴 나라는 우크라이나로 전체 건수의 절반이 넘는 5만여건이 발생했다.
국내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첫 환자 발생 후 발생한 홍역환자가 9일 오전 10시 현재 55명에 이른다.
홍역은 직접접촉이나 재채기, 기침 등 공기를 통해 전염된다. 백신을 맞지 않으면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 감염률이 90%에 이른다. 하지만 백신을 맞으면 95%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문제는 백신에 대한 불신이다. 홍역백신은 주 접종 층인 영유아를 둔 부모들에게 ‘위험한 백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 이유는 1990년대 말 발표된 한 편의 논문 때문이다. 당시 영국 웨이크 필드 박사는 홍역을 막는 MMR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문을 세계적 학술지인 ‘란셋’(Lancet)에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결과가 조작됐다는 게 밝혀져 공식적으로 철회됐다.
과학적으로는 이미 마무리된 논쟁이지만 일반 대중들에게는 여전히 뜨거운 주제다. 여전히 잘못된 내용을 맹신해 백신접종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홍역 백신 접종률은 80%대에 머물러 있다. LA타임스는 LA 인근 클라크 카운티의 경우 전체 유치원생의 76.5%만 백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트위터에 “백신이 자폐증 위험을 높인다”는 글을 수차례 올리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백신의 부작용은 아직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믿으라는 주장은 이들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백신에 대한 안전성을 높이는 연구와 함께 가짜 뉴스에 대한 감시를 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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