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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분석]공유경제 '합의' 앞세우다 엉뚱할 길로 들어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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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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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공유경제 활성화를 공식 선언했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다. 특히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기존 산업과 '합의'를 앞세우다 엉뚱한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는 최근 첫 번째 합의 결과물을 내놨다. 택시부터 카풀을 시작하고 택시에 플랫폼 기술을 더해 공유경제 한 축으로 끌어들이는 방안이다. 사실상 택시 합승을 허용하겠다는 의미다.

애플리케이션(앱) 등으로 합승 승객을 모집하고 보다 저렴한 요금을 청구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자가용을 활용한 카풀은 일단 멈추고 택시 업계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카풀TF 위원장은 “일부 시간을 제외하면 노는 택시가 많다”면서 “택시를 공유경제 한 부분으로 끌어들인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곧바로 우려가 나왔다. 택시 합승을 허용하는 것은 특정시간, 장소에서 발생하는 초과수요 등을 해결하기에 역부족이다.

승객 편의와도 동떨어져 있다. 서울디지털재단과 카카오모빌리티가 공동 조사한 '시민 이동성 증진을 위한 심야 교통 현황 분석'에 따르면 강남역·종로·홍대·이태원 등에서 심야에 1~2㎞를 이동하는 초단거리 수요는 택시호출이 실현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었다. 택시 합승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택시업계, 불합리 해소할 대안도 거부…숙박도 '눈치'

국토교통부 등 정부와 국회 카풀TF는 지난해 하반기 △감차와 그에 따른 보상 △사납금 폐지 △월급제 등 택시 업계 불합리를 개선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택시 수요를 조절하고 기사 근무환경과 대가를 개선하는 조치였지만 택시업계는 거부했다.

택시업계는 이참에 현행 출퇴근 시간에만 가능한 승용차 유상 카풀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이 목표다. 국회에는 이미 카풀을 완전 금지하거나 출퇴근 시간을 명확히 규정한 관련 법안이 제출된 상태다. 택시업계 불합리 해결은 후순위라는 입장이다.

박복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장은 1월 대타협 기구 첫 회의에서 “기사들 월급이라든가 이런 문제가 갑자기 부각되는 것은 물타기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카풀문제를 반드시 먼저 해결한 다음에 택시 생태계를 해결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택시가 카풀 확산에 강하게 제동을 걸며 공유경제 한 축으로 지목되어 온 공유숙박도 제대로 활성화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정부는 1월 초 5차 경제활력 대책회의를 열고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관광진흥법을 개정하고 조례를 제정해 연간 180일 이내에 도시 지역 공유 숙박을 내국인에게도 허용한다. 하지만 관련 내용을 담은 관광진흥법개정안은 2017년 발의된 이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공유숙박 실무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서울과 부산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스케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시 업계 반발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에서 자칫 지역 숙박산업의 반발을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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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공식 크루가 카풀 호출을 기다리며 운행을 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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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숙박 대표주자 에어비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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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부진을 틈 탄 서비스 불법 논란, 섣불리 수익화 나선 기업, '반발 키워' 지적도

기업이 수익화를 서두르며 반발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연말부터 카카오 카풀 테스트에 참가한 30대 박 모씨는 “예상된 갈등”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출퇴근 시간에 인천과 서울 여의도를 오가며 카풀을 운행했다.

그는 “하루 2회, 사실상 출퇴근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카카오 카풀은 예약, 정기 카풀 등으로 택시 산업이 채워주지 못하는 부분을 공략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우버처럼 택시 산업과 정면으로 겹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내놓다보니 반발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평가했다.

공유경제 논의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현장은 불법과 합법을 오가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공유숙박에서는 기업형 숙박업이 먼저 움직이며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 여름 신고를 하지않고 에어비앤비 등 사이트에서 주거형 타운하우스, 아파트 등을 관광객에 빌려준 기업형 숙박 알선 업체를 적발했다. 최근 부산 등지에서도 오피스텔, 원룸을 중심으로 숙박업을 컨설팅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허가 받지 않은 이른바 '기업형 공유경제'가 고개를 든 것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카풀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다보니 기업이 수익화를 서둘렀고, 숙박은 부동산 시장이 논의가 지지부진한 틈을 타 먼저 움직이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와 가치를 창출 하려면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 한 것만 빼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이 원칙적으로 맞는 방향”이라면서 “공유, 합의 등 단어와 명분에 사로잡히다 보면 비즈니스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엉뚱한 규제가 나타나는 등 오히려 제도가 후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업은 기존 산업이 우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설명하고, 정부는 심각한 부작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표> 택시·카풀 갈등 일지

2017년 11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승차공유 관련 규제 완화 논의”

2017년 11월 서울시 카풀 앱 '풀러스' 고발

2018년 9월 4차산업혁명위원회 “특정 시간과 지역에서 발생하는 택시 수급 불균형 문제 해결 방안 필요” 결론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 국회 카풀 태스크포스 구성

2018년 10월 택시 이익4단체 등 6만명 광화문서 대규모 시위

2018년 11월 택시 이익4단체 등 4만명 국회 앞서 대규모 시위

2018년 12월 택시기사 “카카오 카풀 반대” 유서 남기고 국회 앞 분신, 사망

2018년 12월 택시 이익4단체 등 국회 앞서 대규모 시위

2019년 1월 택시기사 “카카오 카풀 반대” 의사 남기고 광화문서 분신, 사망

2019년 1월 더불어민주당, 택시와 플랫폼 상생발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2019년 1월 대타협 기구 1차 회의결과 발표 “택시부터 카풀 허용”

2019년 2월 대타협 기구 2차 회의 예정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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