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 걸쳐 52억여원 미신고 거래…건당 10억은 넘지 않아
1심 총 거래금액 기준 유죄→2심·대법원 "건당 금액으로 판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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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설 기자] 미신고 외환거래는 예금액 합산이 아니라 건당 예금액이 10억원을 넘을 때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물산 대표 정모(58)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정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총 455만5785달러(한화 52억1768만원)를 국내 지정거래 외국환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필리핀 현지 금융기관에 예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각 거래당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는 한 건도 없었다.
정씨는 또 위조한 선하증권을 거래은행에 제출한 뒤 1108만5120달러(한화 126억1313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는다.
외국환거래법에 따르면 외국환은행에 신고하지 않고 외국은행과 10억원이 넘는 자본거래를 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재판에서 쟁점은 10억원을 초과하는 거래 금액을 총 금액으로 봐아할지, 건당 금액으로 봐야할지였다.
1심은 총 거래금액을 적용해 미신고 자본거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특가법상 사기혐의와 함께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물산엔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반면 2심은 각 거래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하지 않는 이상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른 혐의는 1심처럼 유죄로 판단하고 A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개별 예금거래 금액이 모두 형사처벌 기준인 10억원에 미달하고 이른바 쪼개기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볼 아무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2심과 같았다. 대법원은 "개별적인 미신고 자본거래가 외국환 거래법 위반죄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이상 거래 금액을 합해 그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전체 행위를 포괄일죄로 처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설 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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