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소에 있는 유기견 사진.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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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명목으로 모금한 후원금을 유용한 단체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 북부지검 형사4부는 G 동물보호단체 대표 서모(37)씨를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단체는 ‘통합시민사회단체 G’라는 간판을 걸고 2016년 11월 설립됐다. 서씨는 “개농장 폐쇄에 앞장서고 동물구조 및 보호활동을 펼치겠다”며 후원금을 모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단체를 홍보했다.
하지만 이 단체의 활동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단체는 개 농장 등을 찾아가 ‘고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활동을 주로 했다”며 “실제로 비용과 인력이 소요되는 동물 구조에는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홍보에 쓰인 사진들도 대부분 다른 단체의 사진을 가져다 쓴 것으로 확인했다.
2년간 9800만원... 7800만원은 개인 계좌로
하지만 검찰은 이렇게 모은 후원금 중 고작 10%만이 구호 활동에 쓰인 것으로 파악했다. 서씨는 후원금 9800만원 중 2000만원은 임대료 등으로 쓰고, 나머지 7800만원은 개인계좌로 옮겨 자신의 해외여행 경비나 생활비로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씨는 외부에 공개하는 후원금 내역을 실제보다 적게 모금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숫자를 조작하기도 했다. 650만원이 입금된 후원금 내역에서 ‘6’을 가리고 ‘50만원’으로 보이게 하거나, 끝자리 '0'을 고의로 삭제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서씨는 검찰 조사에서 “단체 정관에 따라 ‘월급’ 명목으로 일부 돈을 생활비로 쓴 것이지, 사용 내역은 속이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G단체의 SNS화면. 최근까지도 활동 홍보 게시물이 꾸준히 올라왔다. [페이스북 캡쳐] |
'1000만원 이상 모금' 등록 안한 불법 단체
서씨의 석연치 않은 행각은 일부 후원자들이 의구심을 품으면서 꼬리를 밟혔다. 후원자 23명은 지난해 1월 “후원금을 무단 사용하는 것 같다”고 서씨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같은해 8월 21일 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서씨는 기소 이후에도 SNS 등에 “(동물보호)활동을 하면서 밥 먹고 물 마신 것을 사기라고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검찰은 앞서 서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일부 동물보호 활동을 한 사실이 있고, 증거인멸‧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기각했다. 검찰이 사기 및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일 기소하면서 서씨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된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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