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재무학]<252>2월이 오면 주식 사는 연기금
"지난 20년간 2월이 오면 연기금은 주식을 샀다. 예외는 단 3번 뿐이었다."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6조3317억원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새해 들어 1월에만 4조1157억원 순매수하며 매수쪽으로 급선회하자 코스피지수는 1월에 8.03% 올라 2001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1월 기준으로 역대 3위에 해당된다. 코스닥지수도 6.10% 올라 1월 기준 역대 7위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는 국내 증시가 기록적인 상승을 보인 1월에도 순매도로 일관했다. 지난해 3조9069억원 주식을 팔아치운 기관투자자는 새해 들어서도 1월에만 1조7152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그러자 “기관은 팔기만 한다”는 볼멘소리가 개인투자자로부터 터져나온다.
기관투자자 중 비중이 가장 큰 금융투자는 올 1월 1조1438억원 주식을 순매도해 매도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사모펀드도 6124억원 어치를 순수하게 팔아치웠다. 사모펀드는 지난해에도 9월 단 한 달을 빼고 연중 내내 순매도로 일관했었다. 사모펀드는 지난해 무려 2조6917억원 주식을 순매도해 기관투자자 중 순매도 기관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연기금은 여타 기관투자자와 달리 올 1월 8282억원 순매수하며 외국인과 함께 올 1월 국내 증시 상승의 주역이 됐다. 연기금은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7820억원 순매도했지만, 올해 들어 1월에 대거 순매수하며 지난 한 해 순매도 규모를 만회해 버렸다.
2월 들어 외국인의 주식 매수세가 주춤하고 기관투자자가 매도를 멈추지 않는다면 2월 증시는 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한 국내 많은 투자 전문가들은 2월 증시는 기술적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월 상승이 너무 급격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월가에서도 비슷하다. 적게는 2~3%의 조정에서 많게는 5~10%까지의 기술적인 조정을 내다보는 이들도 있다.
지난해에도 1월에 증시가 크게 올랐다가 2월 들어 급격한 조정을 받았었다. 지난해 1월 거래소는 4.01% 올랐고 코스닥은 무려 14.42% 급등했다. 지난해 거래소 상승률은 역대 8위고 코스닥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그러다 2월에 거래소는 5.42% 떨어졌고 코스닥도 6.19% 하락했다. 올해도 2월 들어서 증시가 조정을 받는 모습이다.
그런데 기관투자자 가운데 연기금의 2월 매매 행태에 특이한 패턴이 발견돼 주목할 만하다. 2007년 이후 12년간 통틀어 연기금은 2월이 오면 단 한 번을 제외하고 전부 순매수를 유지했다.
연기금은 거래소 시장에서 지난 12년간 2012년 단 한 번을 제외하고 모든 연도에 2월이 오면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2010년과 2016년 단 두 번을 제외하고 2월에 모두 순매수 포지션을 취했다. 이러한 매매 패턴은 다른 기관투자자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의 증시 데이터가 존재하는 1999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조사해 봐도 2월이 오면 주식을 사는 연기금의 반복된 매매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거래소 시장에서 연기금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간 단 세 번을 제외하고 매 연도에 2월이 오면 주식을 순매수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2006년까진 연기금이 2월에 연속 순매도를 보였지만 2007년부턴 순매수 쪽으로 확실히 돌아섰다.
그리고 연기금의 반복된 매매 패턴과 더불어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은 연기금의 2월 순매수 상위 종목들이 평균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지난해 2월 코스피지수는 5.4% 하락했지만 연기금의 거래소 순매수 상위 1위 셀트리온은 2월 한 달 동안 11.8% 오르고 순매수 2위 롯데케미칼은 9.3% 상승했다. 코스닥지수가 6.2% 하락했던 지난해 2월 연기금의 코스닥 순매수 상위 2위 스튜디오드래곤은 10.9% 오르고 순매수 3위 카페24는 7.7% 상승했다.
2017년과 2016년 2월에도 연기금의 순매수 상위 톱 5종목들은 2월 한 달간 평균적으로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201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올 2월에도 8일까지 연기금 순매수 상위 톱 5종목들이 평균적으로 시장 전체를 상회하고 있다.
지난 3년간 2월 증시는 대체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거래소는 2018년 –5.42%, 2017년 1.16%, 2016년 0.24% 성적을 기록했고, 코스닥은 각각 –6.19%, -0.64%, -4.57% 기록하며 3년 연속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이 2월이 오면 반복되는 투자 패턴을 보이고 있고 또한 순매수 상위 종목들이 매년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우면서도 흥미롭기 그지 없다.
강상규 소장 mtsqkang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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