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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어쩌면 우리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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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신주 작가]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 대상 '단일성 정체감 장애와 그들을 이해하는 방법' <10회>

머니투데이

일러스트=임종철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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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우선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 집단은 유전정보의 열화를 막을 만큼 충분히 크지 않으므로, 그들의 자식이 뱃속에서부터 유전 질환의 씨앗을 품을 확률은 일반인의 그것에 비해 확연히 높습니다.

게다가 아기가 성장하기 시작하면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겪는 부모가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자식의 다인격적 특성을 억압하려 드는 경우도 적잖이 보고됐습니다. 이는 때때로 국가보육을 부정하고 자신의 주관만으로 아이의 성장을 책임질 수 있다는, 일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의 아집으로 드러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한때 가족이라는 사회구성단위가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역할을 했음을, 한때 국가가 모든 아이의 책임은 물론 표준화된 교육을 통한 시민 육성에 그다지 관심을 쏟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 흔적은 이제 별로 남아 있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의 기억은 아직도 그 시대에 멈춰있습니다. 구세대에 대한 향수라기보다는, 가족 단위의 육아가 그들의 특성과 더욱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네 번째 걸음 – 그 이후?

저자의 어머니는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앓았습니다. 어린 저를 무릎에 앉힌 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던 모습이 지금도 가끔 떠오르곤 합니다.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보는 세상, 아버지를 만난 일…. 물론 국가보육이 시작되며 저 또한 두 분의 곁을 잠시 떠나야만 했습니다. 보육이 끝나고, 희미한 추억과 함께 사회로 나온 저는 곧 혼자가 되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생부와 생모의 기록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원래부터 없던 것 같았죠.

당시에는 아직 일반인과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와의 혼인 및 출산을 금지하는 법안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문화된 법만 없을 뿐 지금보다도 훨씬 경직된 사회는 그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지요. 저도 처음에는 그러한 연유로 두 분이 고초를 겪으셨겠거니, 그래서 하나 낳은 자식의 연까지 끊어가며 발버둥 치셨거니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일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기억은 오직 어머니 한 분에 대한 것뿐이었으니까요. 저는 제 아버지가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가 아니었다고 확신하지 못합니다.

한때 단일성 정체감 장애가 특정 유전형질의 전이를 통해 발생한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 학계의 공식적인 입장은 그와는 정반대이지요. 이를 뒷받침하듯, 아주 희귀한 사례이지만 분명 일반 부부에게서 단일성 정체감 장애를 앓는 아기가 태어난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 또한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단일성 정체감 장애는 분명 사회적인 측면에서 여러 부정적인 특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두려움이나 기피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눈이 안 좋은 사람이 안경을 쓰듯, 단일성 정체감 장애 환자들에게도 적절한 기구가 필요할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일 필요한 기구는 바로 여러분들의 손길입니다. 부디 이 책을 읽은 여러분의 손이 그들을 향해 내밀어 지기를 바랍니다.

이신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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