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YBM 영어말하기’ 서비스. 아이와 인공지능 스피커가 질의응답하면서 쌍방향으로 언어를 익힐 수 있는 방식이다. /LG유플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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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엄마 이름)’ ‘물’ ‘할미(할머니)’ 세 단어밖에 몰랐던 한 16개월된 아이가 5개 국어나 할 줄 아는 언어 신동으로 탈바꿈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라면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텔레비전 광고가 1년 전 등장했습니다.
언어 발달이 더뎠던 한 아이가 좋아하는 유튜브를 텔레비전으로 크게 보여줬더니 영어와 중국어까지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면서 놀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지금 당장 아이에게 유튜브를 보여줘야 하나’ 고민하게 하는 내용인데요. 이 광고가 올라가 있는 유튜브 계정에는 ‘어린 나이에 굳이 저런 방식으로 많은 언어를 배워야 하느냐’ ‘유튜브만으로 모두 이 아이처럼 좋아질 것이란 보장이 없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댓글도 상당합니다. 유튜브를 보여줬을 때 영상 중독이나 시력·집중력 저하 등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지요.
최근 많은 부모들이 교육적 목적으로 유튜브를 보여줘야할지, 보여준다면 어떤 콘텐츠를 얼마나 보여줘야 할지, 또 다양한 정보기술(IT) 기기를 접하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서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인공지능(AI) 스피커를 통해 집에서도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습니다.
KT는 최근 대교와 손잡고 AI 동화 서비스 ‘영어소리동화’를 출시했습니다. 아이가 영어책 문장을 읽으면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가 음향효과나 등장인물 대사를 들려주는 겁니다. 아이가 영어로 된 동화책을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회사는 설명합니다.
SK텔레콤도 지난 1월 영어교육 기업 윤선생과 함께 자체 AI 스피커인 ‘누구(NUGU)’를 활용한 양방향 영어학습 콘텐츠를 내놨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윤선생 무슨 동화 들려줘’라고 하면 스피커를 통해 관련 콘텐츠가 재생됩니다. 청취를 마친 뒤에는 누구가 아이에게 질문하고 오답인 경우 좀 더 쉬운 방식으로 질문해 학습을 돕는 방식입니다.
지난해 LG유플러스는 네이버의 AI 스피커를 통해 아이와 원어민이 영어 대화를 나누고 아이가 틀릴 경우 이를 바로잡아주는 방식의 ‘YBM 영어말하기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그래픽=송윤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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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기를 활용해 영어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일까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문화를 접해 온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활용해 언어를 접하는 것이 매우 친숙하다는 점에서는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습니다. 그러나 기기 발달에 맞는 교육법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영어교육 전문가인 박혜옥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현재 AI 스피커를 활용한 영어교육 방식을 보면 대체로 아이가 기기에 ‘~해줘’라고 하면 콘텐츠가 나오는 식으로 편리하게 영어에 자주 노출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지금 어른들이 아이 때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것이 AI 기기로 바뀐 데 그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 교수는 유튜브로 꼬마 신동이 된 아이의 사례 역시 "언어 능력이 특출난 아이가 유튜브를 통해 습득력을 발휘한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고 말했습니다.
AI 스피커를 십분 활용해 영어를 익히기 위해서는 엔지니어와 언어 교육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기기에 맞는 학습법’이 무엇일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일 것 같습니다. 아이가 언어를 듣는 데서 나아가 어떤 과제를 해낼 수 있도록 활용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요.
어찌 됐든 언어교육 서비스까지 진출하고 있는 AI 스피커 시장은 폭발적으로 커질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해 6710만대(출하량 기준)에 그쳤던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 5년 뒤인 2023년에는 2억4860만대로 4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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