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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인터뷰] ‘빛의 작가’ 안종연, ‘우주를 유영하는 소’처럼 우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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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매체로 빛을 표현해온 작가
드로잉,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작업
아부다비서 '뉴 실크로드-인 투 더 시티' 초대전 한창
지난 6일까지 문화비축기지 '빛의 눈꽃송이' 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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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작가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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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작가 '만화경'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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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작가가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가진 '빛의 눈꽃송이 Light of Amaranth’전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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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작가의 한섬 20주년 기념전시(2007)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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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유천강가에서 강돌을 만지며 꿈꾸던 것을 작업하고 있는 셈이다.”

60여년 전, 밀양의 유천강가에서 강물 위로 햇살이 찬란하게 떨어지던 그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생명의 근원인 빛에 매료돼 지난 40여년간 다양한 매체로 빛을 표현해온 안종연 작가. ‘빛의 작가’로 통하는 그는 캔버스를 필두로 나무에, 스테인리스에, 유리에, 빛을 그려왔다. 표현방식도 다양해 드로잉, 조각, 설치, 미디어아트 등을 아우르는 전방위 작가다.

세계적 건축가와 컬래버레이션한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천정 조형물 ‘좌화취월’과 제주도 휘닉스 아일랜드의 ‘광풍제월’ 그리고 영월군 동강생태공원에 설치한 ‘수광영월’이 작가의 공공미술 대표작이다.

또한 박범신의 소설 ‘주름’과 ‘고산자’ 등을 시각언어로 형상화한 ‘시간의 주름’(2010)전, 미술한류의 가능성을 증명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초대전 ‘빛의 날개’(2013)전 등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빛과 유리구슬 등을 이용한 설치작품이 히잡 쓴 여성들 사이에서 ‘힐링의 공간’으로 회자됐다.

미술평론가 윤범모는 안종연의 작품에 대해 “빛의 작업을 통해 존재와 비존재 그러니까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환기시킨다”고 말한다.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담론을 조형적으로 풀어낸 것인지 모른다. 삶과 죽음의 사이에 시간이 있다. 시간의 축적, 그것이 우리네 일생이다. 그 시간이 자아내는 소리와 빛, 안종연의 세계”라고 평한다.

지난 연말부터 12주간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빛의 눈꽃송이 Light of Amaranth’전을 개최한 안 작가는 8일 파이낸셜뉴스와 만나 아부다비 전의 남다른 의미를 짚었다. 그는 “아부다비 전을 통해 내 작품이 나뿐만 아니라 타인도 힐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술은 구도라고 하지 않나. 내 생각과 철학이 농축된 작품이 관람객들에게 의미 있는 체험, 나아가 행복, 감동 등 좋은 파장을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아부다비의 문화예술 중심지 ‘마나랏 알 사디얏’에서 시작된 ‘뉴 실크로드-인 투 더 시티’ 순회 초대전은 올해까지 이어진다. 요즘은 미국 뉴욕에서 낭보를 기다리고 있다. “유학시절 지도교수가 맨해튼을 캔버스 삼아 너를 발견하고, 너만의 방법을 찾아 세상에 하나뿐인 작가가 되라고 하셨다. 그때부터 꿈에 그리던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전시한다면 오랜 꿈을 이룰 수 있다.”

뉴욕은 안 작가에게 특별한 도시다. 그는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학부·대학원에서 공부하며 공공미술과 LED 라이팅, 미디어아트 등에 매료됐다. 또한 ‘유쾌한 예술가 선배’ 백남준(1932~2006) 작가와 ‘스승의 스승’ 김환기(1913~1974) 화백의 동반자, 김향안(1916~2004) 선생과 소중한 추억이 있는 ‘좋은 인연’의 도시다. 그 인연은 지금도 이어져 그 역시 백남준의 엔지니어였던 이정성 장인과 작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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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 작가 경기도 양평 작업실에 설치된 ' Light of Amaranth'. 문화비축기지 '빛의 눈꽃송이' 전시 때 야외에 전시됐다가 제자리로 돌아왔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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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블릭 아트 예술가 안종연이 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설계한 클럽하우스 <아고라>에 설치한 지름 7m크기의 <광풍제월>. 비바람이 그친 뒤 맑고 고요하고 풍요로워지기를 기원하는 작품이다.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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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연의 <광풍제월> /사진=fn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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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창원국제조각비엔날레’에서 전시된 조각 작품이 아마란스다. 영원히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이다. 작가는 죽어도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면 영원히 살 수 있다. 작가로 살아온 삶이 결코 녹록치 않았지만, 내 유일한 낙이다. 작가들이란 내일을 꿈꾸다가 죽는 존재가 아닐지…”

모하(牟河). ‘우주를 유영하는 소’라는 의미를 담은, 안종연 작가의 호다. 곧 ‘종심’을 앞둔 나이에도, 그는 새로운 공간에서 전시할 날을 꿈꾸며 신작을 구상한다. 죽는 날 아침까지 드로잉을 멈추지 않았던 ‘현대미술의 대모’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를 부러워하며, 우직한 소처럼.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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