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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화합”으로 시작한 트럼프의 80분,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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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신년 국정연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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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신년 국정연설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비전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파를 떠난 통합을 강조했지만 국경장벽 건설 등 분열을 야기하는 정책에서는 한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둘러싼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의 갈등으로 일주일 미뤄졌다 성사됐으나, 화려한 수사만 있고 내용은 없는 ‘트럼프식 통합론’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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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의장과 악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5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회에서 신년 국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오른쪽)과 인사하는 모습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지켜보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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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한 ‘통합 메시지’

트럼프 대통령은 화합을 강조하면서 80분간의 연설을 시작했다. 하원의장이 대통령을 소개한 뒤 연설을 시작하는 관례를 무시하고 바로 연설에 들어갔다. 그는 “오늘 밤 내가 제시하는 의제는 공화당이나 민주당의 의제가 아닌 미국민의 의제”라고 밝혔다. 또 “복수와 저항과 보복의 정치를 거부해야 하고, 협력과 타협과 공동선의 무한한 가능성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전례 없는 경제적 붐을 경험하고 있다”면서 일자리 창출, 낮은 실업률 등 자신의 집권 초기 경제적 성과를 자랑했다. 그는 “미국의 경제는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고, 미국의 군사는 세계 최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의회가 남쪽 국경을 지키기 위해 정부에 자금을 제공할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10일을 남겨두고 있다”면서 민주당을 향해 자신이 주장해온 57억달러 국경장벽 예산의 통과를 압박했다. 임시 예산안의 시한이 끝나는 오는 15일까지 장벽예산에 합의하지 못하면 또다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는 부유한 정치인들이 장벽 뒤에 숨어서 사는 동안 미국 노동자들이 불법 이민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민주당을 공격했다.

그는 또 “바보 같은 전쟁과 정치, 터무니없는 정파적 조사는 경제적 기적을 방해할 것”이라며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의혹 조사를 비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미군 철군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성공을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재앙과도 같은 무역정책을 뒤집는 것”이라며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 폐기 등 지난 2년간 무역정책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이밖에 여권 신장과 흑인 차별 시정, 약값 합리화, 인프라 개발 등의 정책 이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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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옷 입은 민주당 여성들 여성 참정권을 존중하는 의미로 흰옷을 입은 미국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들이 의회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자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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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백의 드레스코드

이날 연설장은 흑백의 대조를 이뤘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의 상징인 흰색 옷을 맞춰입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DWWG) 회장인 로이스 프랭클 하원의원은 지난달 말 민주·공화 양당 여성의원들에게 흰옷을 입고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여성의원들은 흰옷을 입지 않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은 검은색 옷을 입고 참석해 대비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새로 창출된 전체 일자리의 58%를 여성들이 채웠다”고 하자, 민주당 여성의원들도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에 대체로 싸늘하게 반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공을 치하할 때는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이민 문제나 멕시코 국경장벽 문제를 거론할 땐 얼굴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저었다.

트럼프 대통령 뒤에 앉아 있던 펠로시 의장도 연설이 이민 규제와 국경장벽, 러시아 스캔들 수사 반발 등으로 옮겨가자 냉담한 표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화당 의원들이 수시로 일어나 박수를 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시민 13명을 초대했다. 네바다주 리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노부부의 유족들, 자신과 성이 같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초등학교 6학년 조슈아 트럼프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이 반란자에서 2020년 재선을 생각하는 대통령으로 바뀌었지만 보다 폭넓은 지지층 확보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란한 국정연설에서 조화와 대결 사이를 오갔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노도현 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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