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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트럼프 국정연설 속 ‘흑백의 드레스코드’, 어떤 의미 담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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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성 참정권을 존중하는 의미로 흰 옷을 입은 미국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들이 의회에서 일하고 있다”고 말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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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세번째 국정연설장은 흑백의 대조를 이뤘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서프러제트’(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의 상징인 흰색 옷을 맞춰입었기 때문이다.

5일(현지시간)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하원 여성의원들은 흰 자켓이나 블라우스를 입고 국정연설에 참석했다. 흰색은 20세기 초 여성 참정권 운동가들이 자주 쓰던 상징적 색깔이다. 민주당 여성의원 모임(DWWG) 회장인 로이스 프랭클 하원의원은 지난달 말 민주·공화 양당 여성의원들에게 흰 옷을 입고 참석해 달라고 요청했다. 프랭클 의원은 “미 전역에 걸친 여성의 연대를 존중하는 메시지이자 우리가 어렵게 얻은 권리를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이런 움직임은 양당의 대조를 드러냈고 멜라니아 여사와 딸 이방카가 검은 복장을 선택한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 때도 흰 옷을 입었다. 지난해에는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해 ‘미투’ 운동에 대해 지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경제 성과를 언급하며 직장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경제 성장으로 여성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은 없다”며 “지난해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58%를 여성들이 채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여성의원들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앉지 말라”며 “의회가 여성에게 투표권을 주는 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지 1세기가 지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여성들이 의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의원들은 ‘유에스에이’(USA)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올해 초 새롭게 출범한 미국 하원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102명의 여성 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89명은 민주당, 13명은 공화당 소속이다.

하지만 이날 ‘백의 부대’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싸늘함으로 일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의 공을 치하할 때는 기립박수를 보냈지만, 이민 문제나 멕시코 국경장벽 문제를 거론할 땐 무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공화당 의원들이 주요 대목마다 기립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과 민주당은 긴급한 국가적 위기에 맞서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국경장벽 건설을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을 겨냥한 듯 “‘열린 국경’을 지지하는 부유한 정치인들이 장벽 뒤에 숨어서 사는 동안 미국 노동자들이 불법 이민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성토했다. 네바다주 리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노부부의 유족들을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시민 13명을 초대했는데, 자신과 성이 같아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한 초등학교 6학년 조슈아 트럼프도 그 중 한명이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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