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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보호무역 강화·장벽건설 의지…변함없는 '트럼프式'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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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방의회 새해 국정연설.. 집권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

中지재권 등 태도변화 촉구.. '장벽예산 반대' 민주당 압박

정제된 표현 썼지만…국정운영 기조 '변함없다' 해석

이데일리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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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도널드 트럼프(사진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의회에서 진행한 새해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연두교서)을 통해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국정연설을 관통하는 주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인 ‘미국을 더욱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의 연장선 격인 ‘위대함을 선택하기’(Choosing Greatness)로,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에 대한 ‘초당적 협력’를 의회에 재차 촉구하는 메시지로 채워졌다. 평소 언행과 달리 ‘정제된’ 표현을 구사했지만, 국경장벽 건설 등 야당인 민주당과 가장 크게 대립하는 사안들에 대해 자신의 당위성만 설파하면서 사실상 트럼프식(式) ‘질주’에 그쳤다는 관전평이 나온다.

◇‘호혜무역법’ 입법 촉구..‘보호무역’ 더 세진다

대표적으로 이날 국정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 기조를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그는 “만약 다른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불공정한 관세를 부과한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판매하는 같은 제품에 정확하게 같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며 호혜무역법(Reciprocal Trade Act) 입법화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미국의 현직 대통령에게 ‘관세 권한’을 대폭 부여하는 걸 골자로 한다.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분쟁에서 사용됐던 ‘관세 팃보탯’(tit-for-tat·맞받아치기)을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법안은 대중(對中) 매파 중의 매파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총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평소의 ‘낙관적’ 견해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려 하고 있다”며 ‘합의’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연설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방송사 앵커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이달 말 시 주석을 만날 계획”이라고 재차 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은 수십 년간 우리 산업을 겨냥하고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훔쳤다”면서 “미국 일자리와 부(富)의 도둑질을 끝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막판 진통을 거듭하는 지식재산권 갈취 및 강제 기술 이전 등의 분야에 대한 중국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 셈이다.

◇부유세·장벽예산 논란에도..‘물러서지 않겠다

지난달 25일까지 무려 35일간 이어지며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폐쇄, 이른바 ‘셧다운’ 사태의 본질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예산과 관련해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지하철에 출몰한 MS-13 갱 등 온갖 사례와 통계자료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무자비한 (범죄) 카르텔, 마약밀매, 인신매매를 종식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점을 의회가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네바다주 리노에서 불법 이민자에 의해 살해된 노부부의 증손녀들을 장내에서 소개한 뒤, “난 잊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후의 카드로 꼽히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제 열흘을 남겨두고 있다”며 예산 배정에 반대해온 민주당을 거듭 압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오는 15일까지 3주간 셧다운 사태를 푸는 대신, 민주당과 장벽건설 예산에 대한 협상을 이어가기로 합의한 바 있다.

◇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철군 강행의지 강조

트럼프 대통령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당파적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스캔들은 뮬러 특검의 수사 결과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론이 다시 불붙을 수 있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잇따르는 부유세 도입 제안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사회주의를 채택하라는 새로운 요구에 놀랐다”며 “오늘 밤 우리는 미국이 절대 사회주의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결심을 새롭게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시리아 및 아프가니스탄 철군 논란에 대해서도 강행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국들이 이슬람국가(ISIS)의 잔재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기 때문에 시리아에 있는 우리 전사들은 따뜻한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됐다”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탈레반을 포함한 여러 단체와 건설적인 회담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병력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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