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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트럼프 시리아 철군은 잘못된 결정"....IS 테러 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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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앞 왼쪽)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앞 오른쪽) 국무장관이 지난 1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국인 4명의 유해 송환식에 참석, 거수 경례 등으로 애도를 표하고 있다. /사진=도버공군기지[미 델라웨어주] AP, 연합뉴스


[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83]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시리아 미군 철수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우리는 이슬람국가(IS)에 맞서 승리했다. 우리의 위대한 젊은이들을 고향으로 데려올 시간이 됐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미군 철수도 시작됐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IS가 테러를 여기저기서 일으키고 있다. 마지막 발악을 하는 셈이다. 미국이 철군을 시작한 시리아에서 IS에 의한 공격이 닷새 간격으로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발표하자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잘못되고 뜬금없는 결정"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레이엄 의원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시리아 북동부 하사카주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공격이 일어나 미군의 지원을 받는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 부대원 5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시리아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밝혔다. 앞서 이달 16일에는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 만비즈에서 미군과 SDF를 노린 자살폭탄공격으로 미국인 4명 등 19명이 숨졌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민간인 사망자가 9명이라고 파악했다. 두 번 모두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성명을 통해 "폭탄조끼를 착용한 자살 공격자가 십자군 동맹과 PKK(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의 약칭) 배교자로 구성된 정찰대를 향해 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십자군 동맹'은 IS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지칭한다. PKK 배교자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의미한다.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벌어졌다.

사태가 이렇게 돌아가자 꺼져가던 IS 불씨가 미군 철수로 되살아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CNN은 대테러 전문가들을 인용해 IS 조직원 일부가 모술 남부 함린 산맥에 잠입했다고 전했다. 유전지대를 점령했을 때 축적한 수백만 달러의 자금을 보유 중이라는 등 세력을 다시 모은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만비즈 사건은 미국이 IS와의 잔인한 싸움에 얼마나 얽혀 있는지에 대한 냉엄한 평가"라고 보도했다. CNN방송은 "철군 선언은 (IS 격퇴전) 막판 최악의 시기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동맹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7일 "다에시(IS의 또다른 이름)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성급한 철군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리아 내 IS 세력이 쇠퇴한 것은 사실이다. IS는 한때 시리아 북부와 동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했으나 이후 세력권을 99%가량 잃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제 시리아에 남은 IS 근거지는 동부 유프라테스강 유역 계곡 1만5000㎢ 정도다. 하지만 IS의 잔당의 뿌리는 깊다. 미국 국방부 조사관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시리아와 이라크 내에 3만명가량의 전투원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전 세계에 퍼진 추종자들과의 네트워크가 무서운 강점이다.

매일경제

지난 27일(현지시간) 필리핀 최남단 홀로 섬의 한 가톨릭 성당 인근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폭발물이 터진 직후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마닐라 AP, 연합뉴스


지난 27일 필리핀에서 131명의 사상자를 낸 성당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이번 테러 역시 필리핀과 거리가 먼 시리아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IS가 그 배후를 자처했다. 테러가 발생한 필리핀 술루주는 남부 민다나오섬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자치지구(ARMM)에 있는 지역이다. 이곳 외에 지난해 프랑스와 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끔찍한 테러 뒤에는 항상 IS가 있었다. 지난달 13일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총을 난사해 3명을 숨지게 하고 1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나 용의자가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또 지난해 11월 호주 멜버른 도시 한복판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해 1명이 숨졌다. 이들 가선 모두 IS가 배후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과 타지키스탄, 이집트 등지에서 폭력사태가 일어날 때마다 IS가 배후를 자처했다.

IS의 끈질긴 생명력의 원천에는 바로 막대한 '돈'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 추산을 인용해 IS가 보유하고 있는 재산이 총 4억달러(약 4500억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IS는 다양한 방식으로 재테크를 진행했다. WP에 따르면 IS 간부들은 지난 수년간 수천만 달러를 금융업을 비롯해 부동산 투자와 호텔, 자동차 판매, 심지어 세차에 이르기까지 중동의 합법적인 사업에 쏟아부으며 재산을 증식했다. WP는 "단순한 비자금 펀드보다는 넉넉한 규모의 돈"이라며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향후 10년간 국경지역에서 낮은 수준의 반란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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