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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당정 "탄력근로·최저임금 개편, 마냥 못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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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은 29일 양대 노총의 반대에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최저임금 결정제도 개편 등 노동 현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계에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매달리던 정부 내 기류가 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보완책 없는 근로시간 단축 강행이 가져올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 주력 산업까지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민노총 등 노동계에 끌려만 다닐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정부의 입장 변화에 노동계는 "노동 개혁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투쟁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와 노동계가 맞서면서 틈바구니에 끼인 기업들의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친(親)노동 정부를 견지해 온 정부가 이번에도 결국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식으로 봉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노동 관련 정책은 노사 이해관계가 '제로섬'인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나 국회 등) 국가 기구가 책임 있게 결정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삐걱대던 사회적 대화…결국 '빈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11월 경사노위 출범식에선 "경사노위에서 합의해주면 반드시 실행하겠다"면서 "경사노위를 (현재 법적 지위인) 자문기구가 아닌 의결기구로 생각하겠다"고 했다. 여야가 작년 말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도 올 2월로 미뤘다. 노동계에 시간을 주겠다는 이유였다. 국민연금 개혁처럼 노사 문제로 보기 어려운 사안까지도 경사노위에 보냈다.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노사정 대화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다.

그러나 취임 후 1년 반 동안 경사노위가 내놓은 성과물은 '제로(0)'에 가깝다. 양대 노총 가운데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참여를 애초부터 거부했고, 한국노총도 '사회적 대화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한노총이 31일 경사노위 산하 분과위에 불참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사노위에 맡겨진 첫 숙제인 '탄력근로제 개편'에 대한 노사 합의는 당초 시한인 이달 말까지 마무리 짓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다른 현안을 둘러싼 노사 이견도 여전하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998년 이후) 사회적 대화 20년 역사에서 성과가 거의 없는데, 현 정부가 과도하게 기대했던 것 같다"고 했다.

2월 국회에 맡겨진 주요 노동 현안은 더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탄력근로제 개편은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제'에 대한 보완책이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원래 작년 연말까지 마무리했어야 할 일"이라면서 "노동계가 사회적 대화에 불참한다고 더 늦춰지면 기업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탄력근로제 등을 논의하는 경사노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의 이철수 위원장은 "노사 합의가 안 돼도 2월 국회 논의에 지장 없도록 논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노사 합의 불발 시에는 공익위원안(案)을 내는 방식 등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 역시 미루기 어려운 과제다. 올해 중순쯤부터 시작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적용하려면 시간이 빠듯하기 때문이다.

민노총 '2월 총파업' 강력 반발

노동계는 사회적 대화의 틀이 무너진 이유를 '정부 탓'으로 돌리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8일 민노총 대의원 대회에서 김명환 위원장은 "(경사노위 참여 부결은) 문재인 정부의 기업 편향적 정책 행보에 따른 현장의 분노"라면서 "2월 국회에 대비한 총파업 총력 투쟁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대화 참여에 대한 내부 논의는 접고, 주요 노동 현안을 총파업 등 실력 행사로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된 김명환 집행부도 '사회적 대화' 대신 '투쟁'으로 기울어지는 양상이다.

한노총 역시 사회적 대화가 꼬이고 있는 것에 대해 "정부의 노동 정책이 '노동존중사회 실현'이라는 초심에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대로라면 다음 달 정부·여당과 노동계가 정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에서 탄력근로제와 최저임금 개편 등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 노동계는 연쇄 파업, 도심 집회 등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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