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사진=홍종호 교수 페이스북 |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의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과 같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특히 총선을 염두에 두고 문재인 정부가 4대강사업을 비판할 때와 달리 이중잣대를 들이댄다고 지적했다.
홍종호 교수는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최대한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소식 앞에 망연자실하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강행한 4대강사업에 대해 나는 왜 예타조사를 명시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하느냐고 비판했다"며 "비판 근거는 500억원 이상의 사업비와 30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덧씌운 것은 꼼수이자 불법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당시 야당이었던 현 정부 여당은 예타 면제라는 방식을 동원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격렬히 성토했다"며 "그때 야당이었던 현 정권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사업에 대해 예타 면제를 추진한다는 보도에 말문이 막힌다"고 한탄했다.
홍 교수는 "현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예타면제 후보인 SOC 사업의 대부분은 도로, 철도, 항만, 공항 등 예타사업이 시작된 이래 가장 연구와 분석 노하우를 많은 쌓은 정형사업"이라며 "20년 가까운 조사사업 수행에 따라 매뉴얼이 잘 갖춰져 있고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도 대체로 드러나 있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일각에서는 예타를 수행하면 어차피 경제성 없게 나올 것인데 그렇다면 사람 없고 여건 열악한 지역 사업은 영영 할 수 없는 것이냐는 항변도 있다"면서도 "예타에는경제성 평가 외에도 정책적 분석을 통해 지역 낙후도, 지역균형발전, 환경 및 사회적 가치 등 다양한 중요한 기준과 지표를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틀이 갖춰져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1, 2년 늦더라도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어떤 이유로든 사업의 시급성을 구실로 사업을 강행하는 것보다 사회적으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람직하다"며 "바로 그것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이 주는 가장 큰 역사적 교훈"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명박 정권은 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사업을 강행해 버렸지만, 우리(4대강 사업 조사평가단)는 전문 지식과 학자적 양심, 그리고 시민 책임성을 바탕으로 최선의 평가결과를 만들어 내자고 말했다"며 "그런데 보처리 방안도출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 문재인 정부는 경제성분석과 예비타당성을 무시하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시급을 요하고 지역발전에 필요한 사업이니 예타를 면제하겠다는 게 사실이냐"며 "이런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 온 것인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꿰맞춘 것이라는 비판에서 진정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평가방법을 사용하여 국민들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이냐"며 "나는 마음이 괴롭고 국민들께 죄송해서, 더 이상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최우영 기자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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