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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4대강 조사위원장 “4대강 예타 면제 7년 전 위법 판결… 문 정부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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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호 위원장 강력 반발, 사퇴 의사도… 환경단체들도 예타 면제 맹비난
한국일보

홍종호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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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차 없이 휴지통에 던져 버린 평가방법을 사용해 국민들께 4대강의 미래를 설명하고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인가. 나는 도저히 이렇게 하지 못하겠다.”

환경부의 4대강 조사ㆍ평가단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종호(사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에 대해 “4대강 보 처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홍 교수는 예타 면제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인 2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천문학적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회적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어 사업을 추진한다니 망연자실하다”고 적었다. 이어 “보 처리 방안도출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준 문재인 정부가 경제성 분석과 예비타당성을 무시하겠다니, 이런 이중적인 잣대로 국정을 운영해 온 것인가. 내년 총선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맞춘 것이라는 비판에서 진정 자유롭다고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또 “더 이상 대통령 훈령으로 만든 위원회의 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며 “해서도 안 되고 할 자격도 없다”며 사퇴 의사도 내비쳤다.

대표적 4대강 사업 비판론자였던 홍 교수는 2012년 부산고등법원에서 낙동강 보 설치를 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누락해 위법 판결을 받은 사실도 언급했다. 홍 교수는 “500억원 이상의 사업비와 300억원 이상의 국가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는 꼼수이자 불법”이라며 “내가 증인으로 출석한 법정에서 부산고등법원은 낙동강 사업에 대해 정부가 비용편익분석에 기초한 예비타당성조사를 수행하지 않은 것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홍 교수는 한국일보와 전화통화에서도 “4대강 보 처리 결과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결과지만 객관성과 합리성, 타당성을 확보하고 결과를 내려고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비용편익분석방법을 선택하고 다른 위원들을 설득했는데 정부가 다른 사업에선 이를 면제한다니 기가 막히다”며 괴로움을 드러냈다. 다만 거취에 대해서는 “아직 위원장 임명권자인 조명래 장관에게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며 “31일에 위원회 합동회의가 있는데 그때까지 거취를 정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도 예타 면제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환경단체 연합인 한국환경회의는 29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예타 면제사업 추진의 이유로 ‘지형균형발전’을 들지만 사실상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지자체별로 수십조원을 나눠주는 셈”이라며 “환경파괴와 예산 장비를 부추기는 예타 면제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토건정부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지자체 나눠먹기 예타면제를 결정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며 이번 예타면제 사업 결정자들의 책임을 묻고, 사업특혜 등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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