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일용직만 대거 늘어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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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수출에 위태롭게 의존해온 우리 경제의 성장 부진 조짐에 정부가 건설·토목 등 사회간접자본(SOC) 부문에 'SOS'(긴급구조요청)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해 SOC 예산을 4년 만에 증액 기조로 선회한 데 이어 지역균형발전 명목으로 지자체가 요청한 수십조원 규모의 사업들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하기로 한 것이다. 예타 면제 사업에서 배제된 지자체의 반발 등 어떻게든 후폭풍이 예상되고 있지만 정부는 경제성을 배제한 채 지역균형 발전 명목으로 예타 면제를 밀어붙이는 모양새다. 정부가 이전 정권과 마찬가지로 건설투자에 기대는 손쉬운 성장의 유혹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고 지자체들이 신청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사업을 최종 선정해 발표한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가 신청한 예타 면제 사업은 총 33건, 금액은 61조원 규모에 달한다. 각 시·도별로 1개 사업씩 예타가 면제된다.
예타는 정부가 대규모 사업에 대한 예산 편성 전 사업성을 판단하는 사전절차로, 일종의 '새는 돈'을 막기 위한 제도다. 예타를 면제한다는 건 사업성이 없어도 지역균형 측면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승인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각 시·도에서 사업금액이 가장 큰 사업들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지정되는 경우 그 규모가 42조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지난 2017년 문재인정부의 예타 면제분 30조원에 이번 예타 면제까지 더하면 이명박정부(60조원)를 훌쩍 넘어 사상 최대 수준이 된다. 다만 예타 면제 규모가 급증, 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 일각에서는 면제 대상을 지자체별 1건이 아닌 '당장 필요하고 착수 가능한 사업'으로 한정, 규모를 줄이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문제는 각 지자체가 지역균형 발전 명목으로 내세운 예타 면제 신청사업이 해당 지역의 숙원사업, 정부의 예타 면제 사업이 발표되면 정치적·경제적 후폭풍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예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자체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4곳이 민주당 소속이다.
유례없는 대규모 예타 면제를 두고 올해 수출 부진 등 우리 경제 하방압력에 대응해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부는 올해 SOC 예산을 19조7000억원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늘리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권마다 반복돼온 건설·토목에 의존한 성장이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SOC가 경기를 일시적으로 띄우고 고용을 늘리는 데 맞춤이기 때문이다. 실제 건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3.9명(10억원당)으로 전기 및 전자기기(5.3명), 정보통신 및 방송 서비스(12.7명) 등 전 산업 평균(12.9명)을 웃돈다.
반면 건설업 특성상 임시·일용직 고용만 우후죽순 늘릴 것이란 우려도 높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 소득을 늘리고 경기를 살린다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오히려 역행한다는 것이다.
정권 입맛에 따라 슬그머니 입장을 바꾼 점도 문제다. 더불어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였던 민주연구원은 지난 2015년 당시 "SOC분야 사업의 사업비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가 재정의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관리를 위해 이 사업들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히며 SOC 분야 예타 면제 축소 방침을 주장한 바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돈을 쓰더라도 제대로 써야 하는데 지자체의 예타 면제 사업 상당수는 다분히 단기 업적 쌓기용으로 보인다"면서 "평소에는 예타를 통과할 수 없는 사업에도 정부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정부가 단기 업적주의를 조장하는 듯한 상황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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